
인명진 목사
1년7개월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지낸 인명진 목사
1년7개월 동안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아오다 지난 6일 물러난 인명진(사진) 목사는 “정치인 개개인의 추태에는 경각심을 줬지만, 공천 등 당의 제도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에서 윤리적인 개혁은 이루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7일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구로 갈릴리교회에서 <한겨레>와 만난 인 목사는 최근의 성난 ‘쇠고기 민심’에 대해 “단순히 쇠고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현 정부에 쌓인 불신과 불만이 결부된 것으로, 이명박 정부가 모든 문제를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게는 “국민들이 ‘주변 사람들을 외려 역차별한다’는 인상을 받도록 처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나라당은 2006년 10월 ‘수해골프’와 ‘음주추태’ 등으로 당의 윤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인 목사를 영입했다.
개인윤리 강화…공천 등 구조개혁은 실패
낙선·낙천자 위주 지도부, 청와대 눈치만
이 대통령 ‘측근 역차별’ 인상받게 처신을 -왜 윤리위원장직을 그만 뒀나?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여성중앙위원 워크숍에서 심형래씨가 ‘음담패설’ 강연을 했다. 그런데 집권당의 핵심 여성당원들 대다수가 그저 깔깔대고 웃고만 있었다.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동안 헛일을 했구나’ 싶었다. 한나라당이 여론수렴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계속 윤리위원장직에 있는 것도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희생된 사람들에겐 가슴이 아프다. 어떤 사람은 ‘밤새 당신을 원망하며 잠을 못잤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속죄하는 마음이다.”
-‘한나라당의 소금 구실을 하겠다’던 뜻은 이뤘나? “한나라당은 외부의 윤리위원장에게 징계권을 넘기고 간섭하지 않았다. 훌륭했다. 윤리강령을 만들었고 잘못을 하면 망신을 당한다는 생각을 심은 건 큰 성과다. 하지만 미스터리가 있다. 개인적 추태에 대한 징계는 순순히 받아들였지만, 공천 등 당의 구조개혁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았다. 자기 계파를 심는 데 결사적이었다. 공천이야말로 가장 윤리가 중시돼야 할 부분 아니냐. 짐작컨데 한나라당이 나에게 요구한 것은 성희롱, 음주 등 정치인 개인의 추태에 대한 징계 정도였지, 당내 전반적인 구조에 대한 윤리적인 개혁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실험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청와대 비서관 재산파문 등으로 청와대나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데.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컸다. 현 정부 탓이 아닌, 대외적 여건도 나쁘다. 기름값 폭등, 조류 인플루엔자 등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김영삼 정부 때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정부가 실수한 부분이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영어몰입교육을 포함해 0교시 실시, 부자 위주의 교육 자율화 정책 등 정제되지 않은 정책들을 쏟아냈다. 촛불시위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한 것은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 탓인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실속없는 말도 많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같은 말은 복지 혜택을 받는 서민이나 노동자에게 불안감을 준다. 북한에 대해서도 왜 실속없이 말로 자극을 하는가. 실속을 챙기고 말을 줄이는 게 실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발생했다. 현 정부에 누적된 실망과 불안, 불만이 이를 계기로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정부가 한 일은 못 믿겠다는 게 국민감정 아니냐. 아무리 광우병 대책을 내놔도 쌓인 감정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껏 해온 모든 일과 문제점을 되돌아 봐야 한다.” -한나라당이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당은 국민의 감정을 그대로 전해야 하는데 쉬쉬한다. 낙선, 낙천자가 대부분인 당 지도부는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이 누구를 지도부에 앉히느냐’가 관심사다. 전당대회를 좀더 일찍 열어 새 정부에 걸맞은 새 지도부를 꾸렸어야 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는 계속 복당 이야기를 하는데 참 한심하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친박연대 당선자 상당수는 일부러라도 퇴출해야 할 구시대 인물들이다. 복당 불허는 올바르다. 박 전 대표는 심정적으로는 아직 경선에 승복하지 않은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을 돕고 한나라당과 하나가 돼야 자신의 자리가 생기는 법인데 계파 수장자리만 굳히고 있다.” -안에서 들여다본 한나라당의 모습은? “야당을 10년 했어도 근성은 여당인 것 같더라. 충분히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이 밑바닥을 모르고 위를 쳐다 보는 것 같다. 당내 소장파에게는 실망했다. 그들이 줄을 서지 않고 나를 좀더 도와줬다면 지금보다 당이 훨씬 많이 개혁됐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은? “소망교회 출신이나 고려대 출신 등 이른바 ‘고소영’ 출신은 일부러라도 역차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측근이라 외려 역차별 받는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는 게 지도자의 지혜고 처신이다. 국민들은 그래야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친형인 이상득 부의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글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개인윤리 강화…공천 등 구조개혁은 실패
낙선·낙천자 위주 지도부, 청와대 눈치만
이 대통령 ‘측근 역차별’ 인상받게 처신을 -왜 윤리위원장직을 그만 뒀나?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여성중앙위원 워크숍에서 심형래씨가 ‘음담패설’ 강연을 했다. 그런데 집권당의 핵심 여성당원들 대다수가 그저 깔깔대고 웃고만 있었다.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동안 헛일을 했구나’ 싶었다. 한나라당이 여론수렴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계속 윤리위원장직에 있는 것도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희생된 사람들에겐 가슴이 아프다. 어떤 사람은 ‘밤새 당신을 원망하며 잠을 못잤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속죄하는 마음이다.”
-‘한나라당의 소금 구실을 하겠다’던 뜻은 이뤘나? “한나라당은 외부의 윤리위원장에게 징계권을 넘기고 간섭하지 않았다. 훌륭했다. 윤리강령을 만들었고 잘못을 하면 망신을 당한다는 생각을 심은 건 큰 성과다. 하지만 미스터리가 있다. 개인적 추태에 대한 징계는 순순히 받아들였지만, 공천 등 당의 구조개혁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았다. 자기 계파를 심는 데 결사적이었다. 공천이야말로 가장 윤리가 중시돼야 할 부분 아니냐. 짐작컨데 한나라당이 나에게 요구한 것은 성희롱, 음주 등 정치인 개인의 추태에 대한 징계 정도였지, 당내 전반적인 구조에 대한 윤리적인 개혁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실험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청와대 비서관 재산파문 등으로 청와대나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데.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컸다. 현 정부 탓이 아닌, 대외적 여건도 나쁘다. 기름값 폭등, 조류 인플루엔자 등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김영삼 정부 때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정부가 실수한 부분이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영어몰입교육을 포함해 0교시 실시, 부자 위주의 교육 자율화 정책 등 정제되지 않은 정책들을 쏟아냈다. 촛불시위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한 것은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 탓인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실속없는 말도 많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같은 말은 복지 혜택을 받는 서민이나 노동자에게 불안감을 준다. 북한에 대해서도 왜 실속없이 말로 자극을 하는가. 실속을 챙기고 말을 줄이는 게 실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발생했다. 현 정부에 누적된 실망과 불안, 불만이 이를 계기로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정부가 한 일은 못 믿겠다는 게 국민감정 아니냐. 아무리 광우병 대책을 내놔도 쌓인 감정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껏 해온 모든 일과 문제점을 되돌아 봐야 한다.” -한나라당이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당은 국민의 감정을 그대로 전해야 하는데 쉬쉬한다. 낙선, 낙천자가 대부분인 당 지도부는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이 누구를 지도부에 앉히느냐’가 관심사다. 전당대회를 좀더 일찍 열어 새 정부에 걸맞은 새 지도부를 꾸렸어야 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는 계속 복당 이야기를 하는데 참 한심하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친박연대 당선자 상당수는 일부러라도 퇴출해야 할 구시대 인물들이다. 복당 불허는 올바르다. 박 전 대표는 심정적으로는 아직 경선에 승복하지 않은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을 돕고 한나라당과 하나가 돼야 자신의 자리가 생기는 법인데 계파 수장자리만 굳히고 있다.” -안에서 들여다본 한나라당의 모습은? “야당을 10년 했어도 근성은 여당인 것 같더라. 충분히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이 밑바닥을 모르고 위를 쳐다 보는 것 같다. 당내 소장파에게는 실망했다. 그들이 줄을 서지 않고 나를 좀더 도와줬다면 지금보다 당이 훨씬 많이 개혁됐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은? “소망교회 출신이나 고려대 출신 등 이른바 ‘고소영’ 출신은 일부러라도 역차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측근이라 외려 역차별 받는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는 게 지도자의 지혜고 처신이다. 국민들은 그래야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친형인 이상득 부의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글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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