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책 혼선 사례
황우여-이주영 체제 초심 잃었나
“반값등록금 최우선”→“차분하게 기초닦자”
중수부 폐지 여야 합의→“그런 합의 없었다”
감세철회 논의 실종…북한인권법도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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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폐지 여야 합의→“그런 합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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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라면은 청와대가 다 만들어 봉투에 넣어줄 테니, 한나라당 너희는 물만 끓여라’는 게 청와대 요구였고 여당은 이를 말없이 따랐다. 이게 무슨 집권여당이냐. 이젠 당도 라면을 끓이겠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출마 때 기자들과 만나 이런 말을 했다. 여태껏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사실상 ‘청와대 거수기’였다면, 자신은 ‘할 말 하는 여당’을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체제가 ‘소장파·비주류·친박계 연합군’의 지원으로 원내 권력을 장악한 지 한달여가 지나면서 이런 다짐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장파 안에선 여당이 다시 ‘청와대 거수기’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소장파 한 의원은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황 원내대표가 ‘등록금 대폭 인하는 어렵다’는 청와대의 압박과 관료들의 공세에 굴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당직자들이 “반값 등록금은 우리가 말한 게 아니다”라며 등록금 인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지만, “유럽에는 아예 무상으로 하는 나라도 있다”는 결기를 보였던 황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정부의 제동에 주춤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등록금 문제는 차분한 자세로 교육 백년대계의 기초를 닦는 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천천히”를 언급하자, 이에 발맞춰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영 정책의장 등이 참여한 등록금 당정청 회동 뒤엔 “청와대의 등록금 인하 반대 태도가 누그러졌다”며 정책 주도권 행사를 자신했다.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검찰개혁 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중수부 폐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북한민생인권법 제정 등 굵직한 현안들도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개특위 검찰개혁소위는 지난 3일 중수부의 수사권 폐지를 법제화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도 이런 내용이 보고됐고, 황 원내대표 등은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거악 척결론’을 내건 검찰의 저항에 청와대까지 거들고 나서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런 합의는 없었다”며 말을 뒤집었다. 침묵하던 황 원내대표는 결국 사개특위가 사실상 좌초한 다음날인 14일에서야 “사법개혁은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한 핵심 당직자는 “소위 합의안이 의총에 보고됐을 때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며 “이젠 다시 꺼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사법개혁이 좌초된 뒤에야 ‘공허한 다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원내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북한 인권’, 민주당의 ‘북한 민생’ 요구를 절충해 상생정치 복원의 상징처럼 내세웠던 북한민생인권법 제정 합의도 정부의 압박에 퇴각했다. 현인택 통일장관, 이귀남 법무장관 등이 지난 10일 당정협의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 야당이 요구하는 인도적 지원도 체계적으로 된다”고 압박하자, 당 지도부는 야당과의 합의를 파기하고 북한인권법을 6월 국회에서 단독 처리하겠다며 강경론으로 돌아섰다.
황우여·이주영 체제 출범 초부터 ‘부자정당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의욕적으로 제기한 소득세·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도 사실상 논의가 실종된 상태다. 정부와 청와대, 당내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에 더해 박근혜 전 대표까지 ‘법인세 감세=일자리 창출’이라는 논리를 고수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신주류의 ‘정책통’인 김성식 의원은 황 원내대표 체제의 이런 혼돈에 대해 “황 원내대표는 나름의 진정성과 정무적 감각을 갖고 개혁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게 아니다”라며 “진정성이 왜곡되거나 다시 청와대 거수기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강만수의 메가뱅크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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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황우여·이주영 체제 출범 초부터 ‘부자정당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의욕적으로 제기한 소득세·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도 사실상 논의가 실종된 상태다. 정부와 청와대, 당내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에 더해 박근혜 전 대표까지 ‘법인세 감세=일자리 창출’이라는 논리를 고수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신주류의 ‘정책통’인 김성식 의원은 황 원내대표 체제의 이런 혼돈에 대해 “황 원내대표는 나름의 진정성과 정무적 감각을 갖고 개혁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게 아니다”라며 “진정성이 왜곡되거나 다시 청와대 거수기가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강만수의 메가뱅크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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