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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아침엔 웃다 저녁엔 울다…“여론조사 전문가인 나도 안믿어”

등록 2012-04-04 22:02수정 2012-04-04 22:39

※ 클릭하면 확대
조사기관마다 엎치락뒤치락
무려 13%p 차이 나기도
표본 대표성 의문 해소안돼
잦은 조사에 응답 피로감도
“300~500명 조사로는 한계”
정당들도 “참고 자료일뿐”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엉터리’였다. 서울시장의 경우 방송3사, <조선일보> 및 한국갤럽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각각 17.8%포인트, 17.7%포인트로 앞섰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오 후보가 0.6%포인트로 간신히 이겼다. 강원도지사와 충남, 충북 도지사는 여론조사와 달리 야당 후보가 승리했다.

그후 여론조사기관들은 조사 방식 등을 많이 개선했다. 케이티(KT) 전화번호부에 올라 있는 집전화만을 대상으로 하던 데서 전화번호부에 없는 집전화도 포함하는 임의번호걸기(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바꿨다. 젊은층과 직장인을 표본으로 잡고자 휴대전화 번호를 조사에 포함하는 휴대전화 패널 조사를 결합한 곳도 있다.

그러나 새 방식의 여론조사가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과학성을 확보했는지는 벌써부터 의문이다.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들쭉날쭉한 탓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경기도 고양 일산서구다. 지난 3일 보도된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김영선 새누리당 후보(32.2%)가 김현미 민주통합당 후보(43.3%)에게 무려 11.1%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같은 날 저녁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등 방송3사가 보도한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김영선 후보(39.2%)가 오히려 김현미 후보(37.0%)를 2.2%포인트 앞섰다. 양쪽 진영은 조사결과에 따라 울다 웃다 한다.

<중앙일보>는 임의번호걸기에 휴대전화 패널 조사를 결합한 데 비해 방송3사는 임의번호걸기로만 하고, 표본에서도 다소 차이(600명 대 500명)가 있다. 하지만 통계적인 허용 오차범위가 95% 신뢰수준에 각각 ±4%포인트와 ±4.4%포인트였다는 점에서 비슷한 시기의 두 조사 격차가 13%포인트에 이른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곳만이 아니다. 이성헌 새누리당 후보와 우상호 민주통합당 후보가 세번째 격돌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갑의 경우 방송3사 조사에서는 이 후보(42.2%)가 우 후보(33.9%)를 8.3%포인트 앞서고 있으나, <문화일보> 조사(이 후보 36.7%-우 후보 35.3%)에서는 두 후보가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종로도 방송3사 조사에서는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가 33.2%,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가 37.1%로 조사됐지만, <조선일보>의 최근 조사에서는 홍 후보(33.7%)와 정 후보(33.8%)가 동률이다.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와 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맞붙는 서울 영등포을도 방송3사(권 후보 39.0%-신 후보 37.1%)와 <조선일보>(권 후보 34.7%-신 후보 37.5%) 조사가 오차범위 안에서 오락가락한다.

이런 혼선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조사 피로감을 들고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4일 “접전지역의 경우 너무 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되기에 응답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자칫 표본 쥐어짜기식 조사로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임의번호걸기 방식만 할 경우 30~40대의 직장인이 안 잡힌다는 약점이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휴대전화 패널 조사 역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패널로 확보한 휴대전화 표본의 대표성이 확인되지 않은데다가 집전화와 휴대전화의 결합 비율을 얼마나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확립된 공식이 없기 때문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이번 총선 여론조사는 지방선거에서의 대실패 이후 새로 도입한 조사 방식의 정확도를 시험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따라서 조사 결과에 대한 언론 보도나 해석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들 역시 경계하는 분위기다. 신동철 새누리당 종합상황실 부실장은 “300~500명씩 조사로는 맞힐 수가 없기에 여론조사 전문가인 나도 결과를 안 믿는다”며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선숙 민주통합당 사무총장도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 및 변화의 큰 흐름과 이를 막아보려는 힘이 만만치 않아서 각종 여론조사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며 “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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