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당대표 후보(왼쪽)와 강병기 당대표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통합진보당 대표 경선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30일에 확정될 통합진보당 새 대표
조직표, 강병기가 강기갑 살짝 앞서
30일에 확정될 통합진보당 새 대표
조직표, 강병기가 강기갑 살짝 앞서
다음주 통합진보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강기갑(59) 후보와 강병기(52) 후보는 농민운동과 정치활동을 같이 해온 30년 동지다. 서로 상대방을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강기갑 후보), “존경하고 사랑하고 매우 친한 관계”(강병기 후보)라고 말한다. 성씨도 같은 진양 강씨다. 강병기 후보가 아저씨뻘이지만, 나이로 따져 형님 동생처럼 지낸다.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통합진보당 당사에서 나란히 침구를 깔고 잠을 함께 청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사천 출신인 강기갑 후보와 이웃 진주 출신인 강병기 후보는 각각 자기 고향에서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됐다. 2000년대 초 강기갑 후보는 전국농민회 경남연맹의 의장을, 강병기 후보는 사무처장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지난 총선 때 강기갑 후보 쪽 인사가 강병기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줄 정도로 정치권에서도 행보를 같이해왔다.
그러나 정치판은 잔인하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당대표 출마를 서로 권했던 두 사람은 현재 완전히 반대되는 정치세력을 대표하고 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과 5·12 중앙위 폭력사태 이후 혁신비대위를 이끌었던 강기갑 후보는 당내 혁신세력의 선봉이다. 국민참여당계와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 인천연합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강 후보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즉각 제명과 함께 당 노선의 현대화, 대중화에 찬성하고 있다.
반면에 이번 당내 사태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던 부산·울산·경남연합이 미는 강병기 후보는 경기동부연합 등 옛당권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조직적 퇴각’을 결정했던 옛당권파가 강병기 후보를 미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병기 후보 역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 보류, ‘새로나기특위’의 보고서 거부 등 주요 사안에서 옛당권파와 사실상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판세는 초박빙이라는 게 당내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조직표에서는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 등 기존 당권파에 부산·울산·경남연합이 가세한 강병기 후보 쪽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혁신비대위 쪽의 한 관계자는 22일 “옛당권파 쪽 유권자 수는 대략 1만2000명, 혁신비대위 쪽은 1만1500명 정도로 파악된다”며 “조직 면에서는 51 대 49 정도로 강병기 후보 쪽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비대위 활동에 대한 여론의 지지와 옛당권파 복귀에 대한 거부 정서 등 정치적 흐름을 고려하면 강기갑 후보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남은 변수는 첫째, 옛당권파 조직표가 얼마나 결집하느냐다. 옛당권파의 이상규 의원은 “정체성 등의 면에서 강병기 후보가 더 낫지만, 옛당권파 당원들의 표심이 움직이기에는 강병기 후보와의 사이에 아직 간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석기·김재연 후보 처리에 대한 강병기 후보의 좀더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계가 혁신비대위 쪽의 희망대로 강기갑 후보를 대거 지지할 것인지 여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둘째 변수는 모바일 투표의 결과이다. 모바일 선거는 통합진보당에서 처음인데다 조직표가 아닌 일반 당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이들의 표심은 여론 흐름과 선거운동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25일로 예상되는 진상조사위의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1차 조사 때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면 옛당권파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1차 조사와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오면 두 의원의 제명을 추진해온 혁신비대위가 코너에 몰리게 된다.
투표는 25일부터 28일까지는 인터넷 투표, 29일은 현장 투표, 30일에는 모바일 투표로 이뤄진다.
‘강 대 강’ 대결에서 누가 이기느냐는 통합진보당의 진로뿐 아니라 야권 진영의 재편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미 ‘강병기 후보가 되면 야권연대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일본 우익, 위안부 단체에 ‘성기 사진’까지 보내며 협박
■ 박근혜 “MBC 파업 징계 안타깝다” 처음 입 뗐지만…
■ 예수님도 몰라주는 ‘엄친아 여동생’의 마음
■ 헬기는 왜 툭하면 떨어질까요
■ 류성룡, 이여송의 바짓가랑이를 잡았으나…
■ 일본 우익, 위안부 단체에 ‘성기 사진’까지 보내며 협박
■ 박근혜 “MBC 파업 징계 안타깝다” 처음 입 뗐지만…
■ 예수님도 몰라주는 ‘엄친아 여동생’의 마음
■ 헬기는 왜 툭하면 떨어질까요
■ 류성룡, 이여송의 바짓가랑이를 잡았으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