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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헷갈리지? 안철수는 언제부터 후보였을까~

등록 2012-08-03 18:45수정 2012-08-04 16:27

김외현 정치부 정당팀 기자 <A href="mailto:oscar@hani.co.kr">oscar@hani.co.kr</A>
김외현 정치부 정당팀 기자 oscar@hani.co.kr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며칠 전 기사마감을 마친 <한겨레> 정치부 소속 기자 5명이 서울 홍대 부근 한 카페에 모여서 토론을 벌였어. 선임기자, 정치부장, 현장 기자들이 얘기를 나눈 주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과연 대통령 선거에 나올까? 야당과는 어떤 관계를 맺을까? 당선 가능성은 있나? 당선되면 잘할까? 토론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어. ‘계급장 떼고 하자’는 취지에 맞게 안철수를 바라보는 견해차를 확인하며 서로를 재발견하기도 했지. 토론 내용은 곧 책으로 묶여 나올 예정이야.

결국 안 원장을 대통령감으로 놓고 정치 담당 기자들이 진지하게 대화해 본 거야. 출마선언을 할지 여부도 확정적이지 않은 상황인데 너무 앞서 나간 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많이들 궁금해하잖아? 다들 그러잖아. “안철수는 대통령 하지 말고 그냥 지금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어”부터, “세상에 안철수만한 대통령감은 또 없다”도 있겠고, “안철수가 무슨 정치를 안다고”도 있고, “안철수가 10년 전엔 재벌 2, 3세와 어울려 다녔다며?”도 있을 거야. ‘안철수가 올 대선에 나올 수 있다’는 전제가 없다면, 이런 얘기를 할 필요도 없었겠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같은 판단이야. 일반의 상식 선을 고려해서, 안철수 원장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줄여서 ‘입후보예정자’)로 분류했다는 거야. 근거는 대법원 판례야. 대법원은 1975년 7월 “후보자가 되려는 자라 함은 입후보할 것을 예정하면 족한 것이지 입후보할 확정적 결의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란 판결을 내린 적이 있어. 1998년 9월엔 “그 신분·접촉대상·언행 등에 비추어 당해 선거에 입후보할 의사를 가진 것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까지도 가리킨다”고 해. 요컨대 출마선언을 하지 않아도 입후보예정자로 볼 수 있다는 거야.

이런 판례가 생긴 배경은, 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을 실컷 벌이다 적발되자 ‘사실 선거에 나가려고 한 건 아니었다’며 발뺌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더군. 어찌 됐든 입후보예정자는 후보자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게 돼. 각종 보호를 받으면서 권리가 생기고, 각종 규제를 받으면서 의무도 생기는 거지. 예컨대 선거운동 기간에 앞서 ‘저를 찍어주세요’라며 돌아다니는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건 제재를 받겠지. 반면, 제3자의 허위사실 유포 및 비방으로부터는 보호를 받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23일 방송됐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23일 방송됐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원장

우리 사회는 이미 안 원장을 대선 후보로 다루고 있어. 물론 아직 출마선언을 안 했고, 끝내 안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하지만 출마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잖아. 그걸 당연시하는 사람도 많아. 대부분 언론사들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정치부 기자가 안 원장을 맡도록 했어. 각종 여론조사에선 그를 대선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추가해왔지. 선관위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다는 거야. 4·11 총선 이후 유권자의 관심이 대선으로 모아지면서, 선관위는 안 원장을 ‘입후보예정자’로 넣었다고 해.

선관위 방침이 이러니 안 원장 쪽도 이걸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어. 지난 5월24일 선관위는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의 한 임원에게 공직선거법 안내책자를 전했어. 6월12일 언론 담당 창구를 선임해 사실상 대변인이 생긴 뒤로는, 그를 통해서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대한 안내를 한다고 해. 지난달 25일 한 보수단체가 “남한 정부가 채찍만 써서 남북관계가 악화됐다는 안철수씨는 국적이 어디인가”라는 신문광고를 냈을 땐, 선관위가 나서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조사하겠다고 했어. 안 원장이 입후보예정자이므로 ‘신문에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비방하는 걸 금지’하는 선거법(251조)의 보호를 받게 된 거지. <힐링캠프>에 출연한 건 선거법 위반 아니냐고? 방송이나 특강에서 자기를 지지해달란 얘기를 한 게 아니라면, 교수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상적 활동이라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야.

다른 정치인들은 어떨까?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없는 이명박 대통령 같은 경우만 아니라면, 정당 대표나 국회의원은 원칙적으로 늘 입후보예정자로 간주돼. 정당활동은 다른 차원의 보호도 받지. 이를테면, 새누리·민주 양당이 진행중인 대선후보 경선에선 당연히 선거운동을 해도 되는 거야. 정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후보를 내고 공약을 거는 건 당연한 거잖아. 바꿔 말하면, 정당 정치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면 이런 복잡한 얘기는 불필요했을 거란 말이지.

사실 안 원장의 출마선언이 있었다면 역시 이런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겠지. 그저 ‘안철수 현상’ 시대의 대한민국을 사는 묘미랄까? 원장님, 어쩌실 거예요? 네?

김외현 정치부 정당팀 기자 oscar@hani.co.kr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83회 제1부] 민주당 예비경선과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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