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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야권 단일화, 환상은 아닌가?

등록 2012-10-19 19:47수정 2012-10-20 14:08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박원순-안철수’때완 근본적 차이
시기·방식 합의해도 승리 미지수
야권에는 현재 두가지 굳건한 믿음이 있다. 대선 후보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12월 대선에서 야권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만발의 환상에 가깝다. 첫째, 단일화부터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야권 정치인이나 지지자들은 후보 단일화에 대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의 ‘박원순-안철수 경험’을 대입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두 사람이 만나 아무런 조건 없이 단일화에 합의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아름다운 합의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담백하고 정치에 물들지 않은 두 사람의 성격은 이런 그림에 어울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는 조건과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두 후보가 출마 준비를 전혀 안 한 상태여서 누구든 마음만 접으면 되는 상황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양쪽 다 조직과 사람을 탄탄하게 갖췄다. 설령 후보 본인은 상대방에게 깨끗하게 양보하겠다는 결심을 하더라도 혼자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아니다. 또 당시는 양보하는 쪽이 대선주자로의 도약 등 오히려 더 큰 ‘미래 이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보장이 없다. 게다가 총리 등 공동정부의 운영자로서 차기를 기약하기에는 급변하는 한국 정치판에서 5년은 너무 길다. 아름다운 양보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물론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요구가 워낙 강해 어느 쪽도 단일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회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경우나 지난해 ‘박원순-박영선’ 때처럼 경선으로 갈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하지만 경선 길도 결코 순탄하지 않다. 양쪽의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문 후보 쪽은 경선을 하더라도 최소한 지난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모델(여론조사 30% + 티브이토론 배심원단 심사 30% + 선거인단 투표 40%)을 고려하고 있다. 그래야 경선과정에서 지지자들을 광범하게 결집할 수 있고 이탈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반면에 안 후보 쪽은 단일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한다. 선거인단은 조직 동원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에 무소속인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 때 박원순 무소속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는 앞섰지만, 선거인단 조사에서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게 뒤졌다.

단일화 논의 시기를 놓고 양 진영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민주당 쪽은 가능한 한 서둘러야 한다는 태도다. 선거인단 모집에 최소한 열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다음달 초에는 합의가 끝나야 하고, 그러려면 다음주부터는 ‘룰 미팅’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안 후보 쪽은 단일화라는 단어 자체를 입에 올리기를 꺼리고 있다. 단일화 룰 합의가 늦어질수록 남는 것은 여론조사 방법밖에 없으며, 그렇게 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양쪽의 이런 태도로 볼 때 11월25일 후보등록 때까지 단일화가 안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양쪽의 감정적 상처는 깊어질 것이 뻔하다.

우여곡절 끝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본선은 어렵다. 여론조사의 과학적 수치가 말해준다. 지난 한달간 3자 대결 구도에서 문-안 후보의 지지율 합은 기껏해야 50% 정도다. 어느 쪽으로 단일화되든 20~30%의 지지자들이 이탈할 것이 예상되기에 이런 지지율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본선에서 이기기 힘들다. 양자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도 투표율을 고려해서 계산하면 두 야권 후보는 박 후보에게 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조사에서는 지난주부터 투표율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양자대결에서조차 박 후보가 문 후보와 안 후보를 각각 이겼다. 여권 전략가인 신동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19일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해서 55% 이상이 되면 박 후보가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솔직히 우리가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는 야권에 남은 중요한 카드지만 만능의 요술방망이가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양쪽은 단일화에서 이기기 위한 내부 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야권의 기반인 호남을 경쟁적으로 방문하는 등 서로의 표를 뺏는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외연 확대 없는 단일화는 감동도 승리도 담보하지 못한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관련 영상] 단일화 교집합과 ‘야권의 자살골’ (김뉴타 1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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