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 인근에서 20일 경찰이 탐색견을 데리고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22일 트위터 성탄메시지만 띄워
MB는 당선 다음날 발빠른 행보
“박, 꼼꼼히 하다보니 시간 걸린다”
오바마 축하전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당선인은 주말인 22~23일 공식적인 외부 일정 없이,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렀다. 22일 저녁에 트위터에 “성탄절을 맞이해 나눔과 사랑의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성탄 메시지를 띄운 게 전부였다. 측근들은 “휴식도 취하고, 대통령직 인수위 인선과 향후 국정운영 구상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수위 조직이나 인선, 출범 시기 등에 관해서는 대부분 “당선인만이 안다”며 입을 다물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다음날 인수위 구성 원칙을 밝히고, 그 다음날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청와대 주변 안가로 거처를 옮기고, 인수위 사무실을 삼청동 금융연수원 건물로 결정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당선인의 느린 템포는, 보안을 중요시하면서 모든 주요한 결정을 혼자 내리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한 핵심 측근은 “인수위 구상은 당선인이 혼자 하고 있다. 늘 그랬듯 인사 문제는 필요할 경우 자문만 구할 뿐, 마지막까지 아무하고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도 모든 공약을 자신이 직접 ‘오케이’ 해야만 발표할 수 있도록 한 탓에 공약 발표가 다소 늦어진 것처럼, 인수위 역시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경우엔 정두언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등에게서 인수위 안을 각각 보고받은 뒤, 이를 취합해 최종 결정을 내렸었다.
5년 전에 비하면, 판세가 대혼전이었기 때문에 선거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했고, 그 바람에 인수위를 미리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에선 최경환 의원이 대선 전부터 인수위 구성 작업을 해왔다는 풍문이 나돌지만, 최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하는 나는 정말 힘들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박 당선인이 ‘통합’과 ‘대탕평’을 강조하고 있기에 그에 걸맞은 인사를 찾아내고, 자리를 맡아달라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박 당선인은 선거 때 중앙선대위를 꾸릴 때도 안대희 전 대법관, 한광옥 전 의원 등을 영입하는 데 긴 시간 공을 들인 바 있다. 당 안에선,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너무 요란하게 서두르다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일을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는 말도 나온다.
모든 관심이 박 당선인과 인수위에 쏠린 상황에서, 그가 자택에 칩거한 채 다음 정권의 밑그림이 될 인수위의 구성 방향조차 제시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있다. 과도한 ‘보안 강조’는 ‘비선 라인이 모든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의구심을 낳을 수도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박 당선인의 독특함이 바로 그런 점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박 당선인이 며칠 동안 인수위 구성에 전념한 만큼 이르면 24일 비서실장과 대변인은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한겨레 캐스트 #18] 박근혜 시대’의 미래<한겨레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