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문화방송>(MBC)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로비에 세워진 로고 앞으로 방문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기자협 “해직 언론인 전원 복직”
김재철 사장 거취도 결단 내려야
박, 6월 징계땐 “참 안타까운 일”
당선인 측근 “결정된 방향 없다”
방문진 독자판단 수용 가능성도
김재철 사장 거취도 결단 내려야
박, 6월 징계땐 “참 안타까운 일”
당선인 측근 “결정된 방향 없다”
방문진 독자판단 수용 가능성도
“대통합의 인프라는 소통이다. 언론은 이 사회에 소통의 피를 돌게 하는 혈관이다. 이 혈관이 대립과 갈등의 찌꺼기로 막혀 있다면 대통합의 꿈은 요원하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가 지난 21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18대 대통령 당선에 즈음해 낸 특별성명의 일부다. 기자협회는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대통합’의 첫걸음을 언론계에서부터 내디뎌야 한다고 본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합리적 개선과 해직 언론인의 전원 복직을 호소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자유는 크게 퇴보했다.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2011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은 ‘언론자유국(free)’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강등됐다. 해직 언론인만 해도 <문화방송>(MBC) 9명을 비롯해 모두 21명이나 된다. 해고와 정직 등 징계자는 무려 450명에 이른다.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의 언론인 통폐합 이후 처음이다.
이런 점을 들어 언론자유의 회복, 특히 공영방송 문화방송 정상화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국민통합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23일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의 행태는 도저히 공인으로서 용납될 수 없다. 박 당선인이 문화방송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보면 앞으로 우리 사회 세대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고 봉합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도 “김재철 사장의 경우 공영방송의 가치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도덕성에 하자가 있기에 그의 거취에 대해 박 당선인이 답해야 한다. 그 답에 따라 공영방송 독립성에 대한 당선인의 생각이 무엇인지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 쪽은 대선 공약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긴 했지만, 문화방송 문제 등 구체적인 언론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다루더라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새 정부 출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문화방송 등 언론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방향도 결정된 바 없다. 앞으로 신중하게 다뤄서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 문제에 대한 박 당선인의 태도는 모호하다. 지난 6월 해고 등 대량 징계가 발생했을 때 박 당선인은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문화방송 문제 해결의 출발점인 김재철 사장 퇴진에 대해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이 박 당선인과의 협의 아래 문화방송 노조에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구성될 때 ‘자연스런 사장 교체’를 약속했지만, 막상 때가 돼서는 김무성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하금렬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여당 쪽 방문진 이사에게 전화를 거는 등 사장 유임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이 때문에 박 당선인 주변에서도 엇갈린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집회가 방송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여권에 많다. 김재철 사장 교체와 해직 언론인 복직 등을 처음부터 하면 노조의 기를 살려주게 돼 자칫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문제를 풀더라도 정권 안정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문화방송과 4대강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새 정부가 야당의 협력을 끌어낼 수가 없다.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논문 표절 본심도 남았고, 그런 것을 본 뒤에 방문진에서 독자적인 판단을 하면 박 당선인이 수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종철 유선희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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