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정 정치부 정당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몹시 오랜만에 ‘친절한 기자’가 되기로 한 정치부 여당 출입 조혜정입니다. 오늘은 요즘 거의 모든 언론과 정치권, 관가, 재계가 가장 관심을 집중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줄여서 인수위가 뭐 하는 곳인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인수위는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할 때까지 두달 남짓한 기간 동안 자신의 국정운영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가동하는 기구입니다. 인수위가 내놓는 청사진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해볼 수 있다는 얘기죠. 인수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 기구의 활동이 대통령의 성패를 좌우한다고까지 표현합니다.
인수위는 외국에도 있는데요, 2008년 처음 당선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수위는 매우 성공적으로 활동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엔 발걸음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선거 캠프가 있던 시카고에서 정책 다듬기에 몰두했다죠. 떠들썩한 현장방문이나 요란한 간담회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2월 제정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 도모’가 인수위의 목적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 준비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처리해야 합니다.
즉, 당선인이 선거 기간에 내세운 공약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 유지할 내용과 수정·보완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게 인수위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선거에 이기려고 다소 무리하게 공약했던 내용을 걸러내는 것도 인수위의 몫입니다. 당선인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도록, 정부와 청와대 조직을 개편하고 그에 따라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짜는 것 역시,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임무입니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인수위는 존재했습니다. 첫 인수위는 1987년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하나회 출신의 이춘구 전 민정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세워 꾸렸습니다. 그 전까지의 대통령들은 쿠데타를 통해 자리에 올랐거나 장기집권을 했기에 인수위를 가동할 필요가 없었죠. ‘문민정부’를 내세웠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학자 출신의 정원식 전 국무총리를 인수위원장으로 발탁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종찬 전 국정원장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을 인수위원장에 임명했습니다. ‘실용’을 강조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선택했습니다. 영어몰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아륀지’ 발언으로 유명해진 분이죠.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된 지 8일 만인 27일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인수위원장에 낙점했습니다. 그는 박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인수위에 위원장만 있는 건 아니겠죠? 인수위법에 따라 인수위원장은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24명 이내의 인수위원과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인수위원들은 몇 가지 분과를 나눠 맡게 되는데, 이 정도 인원이 앞서 말씀드린 모든 일을 하기엔 벅찰 겁니다. 그래서 각 분과엔 전문위원들이 배치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엔 모두 183명이 들어갔는데요, 박근혜 당선인은 이 규모를 확 줄여 100여명 선으로 인수위를 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수위에 참여한 인물들은 대체로 정부나 청와대 고위직에 기용되는데, 역대 인수위원의 70%가 이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전문위원들도 정부 부처의 요직을 맡거나, 공기업·정부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진출하곤 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낙하산·회전문·보은 인사’ 비판을 면치 못했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아무튼 정치권, 정확히는 새누리당과 관가에서 인수위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또다른 이유가 바로 이거죠. ‘인수위 로또’에 당첨되느냐, 당첨되더라도 몇 등으로 당첨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의 삶이 달라질 테니까요. 최근 박근혜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 비판 발언을 하는 바람에 인수위에 관심 있던 사람들의 코가 쑥 빠졌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가 인수위 참여 인물들을 나중에 어떤 자리에 어떻게 쓸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는 누가, 뭘, 어떻게 할까요? 무책임한 답변 같지만, 그건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인수위 구성 자체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수위가 언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지, 박근혜 당선인은 알고 있겠죠?
조혜정 정치부 정당팀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