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접견실에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행보·발언 공개 등 인기관리 나서
불통 리더십 바꾸는 게 진짜 해법
행보·발언 공개 등 인기관리 나서
불통 리더십 바꾸는 게 진짜 해법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낮다.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50~60% 정도다. 한국갤럽의 1월 셋째 주 조사에서는 55%를 기록했으며, 넷째 주 조사에서는 56%였다. 세계일보의 조사(1월24~25일)에서도 당선인의 행보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60.2%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통령 당선인 가운데 최저다. 당선 직후부터 각각 문민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활발한 행보로 90%에 가까운 높은 지지를 받았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에 각각 8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박 당선인이 과반의 득표로 당선된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낮은 지지율은 이례적이다.
박 당선인 쪽은 공식적으로는 지지율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이지만, 내심으로는 상당히 긴장하는 모습이다. 나름의 대응책도 내놓고 있다. 당선인의 행보에 대한 공개가 많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조용한’ 인수작업을 강조하면서 가급적 국민 앞에 스스로를 드러내기를 꺼렸지만, 최근에는 시도지사 간담회 등 공개 행사가 꽤 많다. 또 지난주부터는 인수위 국정과제 토론회에서의 당선인 발언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초반 인수위원 워크숍 내용을 “영양가 없다”며 발표하지 않던 태도에 비해 대조적이다. 또 현직 대통령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하지 않기로 했던 각 시도 방문 행사도 하기로 했다. 이런 추세라면 국민과의 대화 등의 홍보 이벤트도 슬그머니 다시 끄집어낼지 모를 일이다.
지지율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치 지도자가 자신의 지지율을 관리하려고 애쓰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만큼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행보하는 것으로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이 반등할지는 의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홍보 미약 등 외부적 요소가 아니라 당선인의 리더십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갤럽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박 당선인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국민 소통 미흡’(1월 셋째 주)과 ‘인사 잘못’(1월 넷째 주)을 들었다. 소통이나 인사는 모두 리더십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 소통은커녕 대부분 사안에서 불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국가 운영의 틀을 바꾸는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대표적인 예다. 충분한 국민 의견 수렴이나 인수위 내부 토론도 없이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 세명이 밀실에서 작업했다. 통상과 외교의 분리 등 일부 개편 내용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박 당선인 쪽은 깊이있는 토론 대신 의원총회만 한번 연 채 개편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밀봉’ 깜짝 발표로 이뤄지는 인사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대선 이후 첫 인사인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시작으로 그동안 박 당선인이 사실상 고른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와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가 모두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극우 성향의 윤 대변인은 국민통합에 맞지 않고, 이, 김 두 후보자는 도덕적인 하자가 컸다. 결국 김용준 후보자는 중도 사퇴했으며,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도 사실상 낙마 상태다. 한마디로 지지율 위기는 박 당선인이 불렀다.
따라서 해법의 열쇠도 당선인이 쥐고 있다.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고, 밀실을 봉쇄하는 대신 공론장의 문을 활짝 열면 해결된다. 또 총리 후보자와 장관 등 인사는 ‘당선인 자신이 아니라 국민이 편한’ 사람을 찾으면 저절로 국민 지지가 따라올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박 당선인의 자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김용준 후보가 총리 후보를 사퇴한 뒤에도 인수위원장직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게다가 “청문회가 신상털기 식으로 진행된다면 누가 하려고 하겠느냐”며 김 후보자의 도중하차를 인사청문회 탓으로 돌렸다. 김용준 위원장에 대한 신임의 표시다. 부동산 투기와 두 아들 병역 기피라는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는 괴리가 크다.
박 당선인이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고 국민의 눈높이와 변화된 시대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면 지지율 반등은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성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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