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원 대상 ‘공천 폐지 찬반’ 설문조사 50%씩 반영
‘공천 유지’ 결론 나올 가능성 높아…사실상 철회 수순
‘공천 유지’ 결론 나올 가능성 높아…사실상 철회 수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주장해온 새정치민주연합이 8일 당권과 국민에게 의견을 물어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김한길 공동대표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 공천 폐지와 관련해 국민들과 당원의 뜻을 묻겠다”며 “당 내외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민생을 향한 국민의 바다로 달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한 “내 원칙과 소신이 아무리 중요해도 국민과 당원의 뜻보다 더 중요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당원과 국민들에 기초선거 공천 폐지 찬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각각 5대 5로 반영할 계획이다. 설문조사는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기초 공천 유지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초 공천 여부가 자신의 당락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높은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의 당원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 당원들의 ’폐지 불가’ 의견이 높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한 여론은 한국갤럽이 지난 1월17일 발표한 바를 보면, ‘정당 공천 폐지‘ 의견이 49%로, 정당 공천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5%에 그쳤다. 이 결과를 단순 합산해 보면 공천 유지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안 대표는 “설사 (국민들과 당원들에 대한 설문) 결과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더라도, 내 원칙과 소신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국민의 뜻보다 더 중요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대표가 무공천 약속 준수 등을 계속 강조하면서 당원들을 설득해 가는 과정에서 공천 폐지가 다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위한) 정면 돌파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전날 박준우 정무수석을 통해 안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의한 데 대해 명확히 반대 뜻을 밝혔다. 줄곧 ‘원칙과 신뢰의 원칙’을 강조해온 새정치연합이 통합의 핵심 명분이었던 기초공천 폐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여권의 완강한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초 단위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이번 선거에서 대패한다는 당내 위기감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김한길 두 대표는 청와대가 회동 거부 의사를 밝힌 7일 저녁, 최재천·최원식·민병두 의원 등 핵심 당직자·측근들과 회의를 열어 설문조사를 실시해 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8일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선 논의에서 배제된 다른 최고위원들이 안·김 두 대표의 결정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조 조경태 표철수 최고위원들을 무공천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우원식 최고위원은 “당이 책임지는 모습으로 가려면 전당원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초 30분 정도로 예상했던 최고위원회 회의도 1시간 남짓 진행됐다.
이유주현기자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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