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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상처입은 안철수의 ‘새정치’…선거 결과 따라 정치운명 갈릴듯

등록 2014-04-10 20:47수정 2014-04-21 16:32

안철수(오른쪽),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초공천 폐지 철회 방침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안철수(오른쪽),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초공천 폐지 철회 방침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새정치 기초 무공천 철회]
당원투표·여론조사 결과 발표 회견
“여당 견제할 힘부터 가지라는 명령”

‘새정치=기초공천 폐지=약속의 정치’
등식 만든 것이 되레 족쇄로 작용
민주당과 합당 이은 ‘두번째 상처’
예고된 ‘낙상’이다. 그러나 최종 진단은 6·4 지방선거를 통해 내려진다. 10일 기초공천 여부를 묻는 당원투표·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치인 안철수의 신념이 당원 전체의 뜻과 같은 무게를 가질 수는 없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당원의 뜻이 일단 선거에서 이겨 정부·여당을 견제할 힘부터 가지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약속’과 ‘소신’을 중시하는 ‘신뢰의 정치인’의 이미지엔 손상을 입었지만, 임박한 지방선거에 전력을 다함으로써 현실 정치인의 역량과 야당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확인받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치인 안철수’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새정치’는 시련을 딛고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첫 스텝부터 꼬였다. 제1야당의 공동대표로 본격 행보를 시작한 그의 일성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정치”(3월30일 영수회담 제안 기자회견)라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새정치를 ‘약속’이란 프레임에 묶어버렸다.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 했고,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정치의 문법을 ‘약속 대 거짓’이라는 도덕주의적 이분법에 과도하게 종속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가 ‘약속 프레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당정치에 대한 모호한 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컸다. 2013년 4월 재보궐선거로 원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뒤에도 자신이 앞세우는 ‘새정치’의 내용을 채우기보다, ‘대립과 갈등’, ‘약속 번복’과 같은 기성 정치의 부정적 이미지를 반대하는 데 치중한 결과라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부터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가 뭔지 모르겠다”는 말이 정치권은 물론 일반대중들에게까지 퍼질 정도가 됐다. 그런데 ‘새정치의 실체’를 밝히라는 정치권 안팎의 요구에 안 대표가 사실상 맨 처음 내놓은 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였다. 그러면서 그는 기초공천 폐지가 2012년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었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새정치=기초공천 폐지=약속을 지키는 정치’라는 등식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안 대표가 처음부터 대중적 관심이 떨어지는 기초공천 폐지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켜 스스로 올무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안 대표의 ‘약속의 정치’는 민주당과의 합당을 거치며 첫번째 상처를 입었다. 독자 신당을 추진하며 내놓은 “양당제의 폐해를 넘어 다원화된 정치질서를 만들기 위해 독자적 길을 가겠다”던 공언을 스스로 무너뜨린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이 기초공천 폐지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하며 비판을 우회하려 했을 뿐, 뚜렷한 대응 논리를 내놓진 못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130석의 거대야당 지도자가 되는 순간 ‘약속 프레임’은 안 대표 자신과 당에 족쇄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고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기호 2번’ 프리미엄 없이 선거를 치러야 할 현장 조직이 동요했다. 계파별로 나뉜 의원들도 ‘회군론’과 ‘강경투쟁론’으로 지도부를 압박했다. 지방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영수회담 제의도 청와대의 무시 전략 앞에 별다른 정치적 반향을 얻지 못했다. 고심 끝에 “당원투표·여론조사를 통해 무공천 방침 의견을 묻겠다”(4월8일)는 ‘반 발 후퇴’를 했지만, 그 결과 ‘약속의 정치’는 두번째 생채기를 입었다.

안 대표가 여론조사·당원투표 카드를 꺼내든 의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무공천 관철을 위한 돌파전략’이란 의견과 ‘공천 선회를 위한 출구전략’이란 견해가 맞선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지도부 쪽 한 인사도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여론조사에서 ‘무공천’이 우세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여론조사로 기초공천 폐지 여부를 다시 묻겠다’는 선언이 지지층과 당원에게 ‘철군 신호’로 읽혔다. 이걸 예상 못한 것이 패착”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선 “‘아마추어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의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 당 안팎의 전망은 분분하다. 서울 지역의 한 재선의원은 “민주적 절차를 거친 만큼 리더십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정치인의 리더십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안 대표는 당원과 지지층 설득에 실패했다. 지도자로서 대미지가 크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현 상황에서 선거에 매진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냄으로써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듯하다. 서복경 서강대 교수는 “기를 쓰고 뛰어야 한다. 선거에서 책임은 (무공천이냐 공천이냐가 아니라) 본선에 지는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후보 공천 과정에서 지역위원장의 전횡과 중앙당의 과도한 개입을 막기 위한 노력을 안 대표가 나서서 보여준다면 새정치의 명분도 살리고, 대여 전선도 공고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낙관론을 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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