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우수업체 감독 면제안 제출
안전 검사 더욱 무력화 시켜
안전강화 법안은 오늘 심의서 빠져
안전 검사 더욱 무력화 시켜
안전강화 법안은 오늘 심의서 빠져
‘안전’을 국정목표로 삼은 박근혜 정부가 제출해 국회에 계류중인 해상안전 관련 법안 내용 중 일부가 오히려 해상안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2월 제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해사안전법 개정안은 ‘우수사업자 지정제도’를 신설하는 것으로, 해사안전 수준 향상 등에 기여한 우수사업자로 지정되면, 안전 지도나 감독을 면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해사안전법은 이미 선박·사업장 안전검사가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안전검사 조항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황인데, 해수부의 개정안은 이를 바로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약화시키는 것이다. 해수부는 개정안 제출 이유로 “민간의 자발적인 해사안전 관리를 촉진하기 위하여”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해수부에 ‘해사안전 감독관’을 두는 내용도 담고 있다. 현행 규정에는 해수부가 해사안전 지도·감독을 실시할 경우, 실시일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그 목적과 내용 등을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이는 사실상 해당 업체에 감독에 대비한 충분한 시간을 줘 지도·감독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조항으로 지목되는데, 해수부 개정안에서는 ‘해사안전 감독관’이라는 직제를 신설하기만 할 뿐, 문제가 되는 이 규정은 그대로 놔뒀다.
이와 함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그동안 계류중이었던 해상 관련 법안 11개 등을 심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 가운데서도 ‘안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 많다.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3월 낸 수난구호법 개정안은 한국해양구조협회가 민간 해양구조대원을 관리하도록 한 내용으로, 안전 강화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진다. 또 지난해 10월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사안전법 개정안은 해수부가 해양안전 체험에 관한 ‘연구·교육시설’을 설치하자는 것인데, 해수욕장 이용 촉진, 수상레저 안전 관리 이원화 등 주로 해양 레저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해수위는 지난 22일 해상 관련 법안을 신속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22일 이후 발의된 해상 안전조치 강화 법안들은 심사 대상에서 빠졌다. 일정 규모 이상의 여객선에는 안전관리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해운법 개정안(이우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안전과 무관한 법을 ‘우선 심사’하게 된 셈이다. 여야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일부 언론에서 ‘국회가 사고 재발을 막을 해상안전 관련 법안 처리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하자 계류 법안 처리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25일 심의하는 법안들이) 대부분 해상안전과 무관하다는 건 우리도 안다. 하지만 ‘국회가 손놓고 있다’고 닦달하니,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야 지도부나 의원들도 그런 분위기에 등 떠밀려 서두르게 된다”고 말했다.
조혜정 이승준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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