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가운데)이 2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임 1주년 기념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임정혁 대검 차장(왼쪽) 등 간부들과 함께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파문]
박대통령 의원시절부터 수행한 ‘문고리 3인방’의 위세
박대통령 의원시절부터 수행한 ‘문고리 3인방’의 위세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커지면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들의 힘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또다시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2일치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안봉근 비서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하는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말께 청와대 파견 예정인 경찰 1명을 검증한 뒤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더니, 안 비서관이 전화해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또, 한달 뒤쯤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명이 한꺼번에 교체됐는데 “당시 경찰 인사는 2부속실에서 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안 비서관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수행과 민원 처리가 주된 업무인 안 비서관이 민정수석실 인사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안팎에선 이 주장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안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의원 때부터 수행을 맡아 다른 이들이 박 대통령과 접촉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만일 안 비서관이 그런 방식으로 인사에 개입했다면, 인사 담당들은 안 비서관이 아닌 박 대통령의 지시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봉근
민정수석실 경찰인사 개입설 이재만
박대통령 후보시절 `‘과외학습’ 동석 정호성
“김기춘 취임초 대통령보고서 먼저봐”
실제로 안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만나는 인사들과 깊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마당에서 안 비서관은 누군가를 “○○○ 형!”이라고 반갑게 부르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사람은 인수위원에 임명된 학계 인물로, 언론엔 그 전까지 박 대통령과의 별다른 친분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장면을 목격한 여권 인사는 “그 인수위원은 드러나 있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부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의원총회나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으면,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던 안 비서관에게 의원들이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거나, 귓속말을 건네던 모습도 자주 눈에 띄던 장면이다.
조 전 비서관에게 전화해 ‘정윤회씨와 통화를 하라’고 부탁했다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공부모임을 같이했을 정도다. 박 대통령은 2008년부터 대선 후보 때까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김영세 연세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최외출 영남대 교수 등에게 ‘과외’를 받았는데, 이 비서관은 당시 정책 담당 보좌관이라는 이유로 이 모임에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이 비서관도 우리랑 나란히 앉아 같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보좌관이 일종의 ‘대통령 수업’에 참여하는 일 역시 흔한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 일정과 메시지 등을 담당하는 정호성 비서관은 박 대통령에게 올릴 보고를 정리하는 일도 맡고 있는데, 청와대 비서실 수장인 김기춘 비서실장도 취임 초기엔 정 비서관을 먼저 거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이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은 지난 대선 때도 문제가 됐었다. 2012년 10월 초 새누리당은 3인방이 박 대통령의 불통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들을 2선으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논란이 거셌고, 김무성 대표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으로 합류하면서 이들의 문제를 정리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는 이야기를 주변에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민정수석실 경찰인사 개입설 이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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