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승마협회 조사를 담당한 문화체육부 국·과장 좌천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5일 야당은 ‘국정농단의 종합판’이라며 융단폭격을 쏟아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특별위원회 연석회의와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및 사자방 국조 촉구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대회’를 잇따라 열어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였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현재 상황을 ‘막장 드라마’에 빗대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적폐의 정점에 청와대가 있다. 국가권력 사유화가 점입가경”이라고 비판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정개입·인사개입·정부여당의 정윤회씨 감싸기 등이 모두 드러난 국정농단의 종합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게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지원 비대위원도 트위터에서 정윤회씨와 이재만 청와대 비서관을 겨냥해 “읍참마속처럼 ‘읍참회만’(정윤회·이재만)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교문위에선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같은 한양대 출신인 김종 문체부 제2차관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이 쏟아졌다.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4월 정윤회씨 부부가 승마협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때 김 차관이 주도해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을 거론하며 “당시 여당 의원들은 내 말을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는데 이는 문체부와 똑같은 논리다. 누구의 지시가 아니고선 문체부와 여당이 이렇게 이심전심하겠냐”고 다그쳤다. 안 의원은 또 당시 기자회견을 주도한 김 차관과 달리 반대 의견을 냈던 조현재 제1차관이 이후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후보군에서 탈락한 것도 윗선에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도종환 새정치연합 의원도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정식 라인을 밟아야 한다. 비선 라인의 말을 듣고 공식 라인을 무력화시키는 국정운영 방식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문위는 이날 오전 질의가 끝나기 직전,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이 상임위 회의 도중 김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가야 한다”고 적힌 메모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칵 뒤집혔다. 설훈 교문위원장은 “정신 나간 인간들이냐. 미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박주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장이 여야 싸움으로 몰아가야 한다는 작전 지시를 내렸다”며 “교문위가 투우장이냐, 투견장이냐”고 얼굴을 붉혔다.
한편, 여야는 12월 임시국회 회기를 1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열기로 합의하고,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후보자 선정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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