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가운데)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지난 29일 여야가 합의처리한 국회법 수정안의 행정입법 수정요구 조항과 관련해 정부의 국회입법권 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태년, 오른쪽은 전해철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법 취지 어긋난 정부 시행령
시정 요구땐 처리뒤 보고 의무화
새누리 지도부 “강제성 없어”
문재인 대표 “여야 합의 취지는
이행 강제성 부여한 게 명백” 반박
시정 요구땐 처리뒤 보고 의무화
새누리 지도부 “강제성 없어”
문재인 대표 “여야 합의 취지는
이행 강제성 부여한 게 명백” 반박
5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 여부가 6월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하위법인 정부 시행령이 국회가 제정한 모법의 취지와 어긋날 경우 국회가 시정을 요구하고, 정부는 이를 처리한 뒤 결과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위헌 시비’를 제기하자, 애초 ‘강제 조항’이란 취지에 공감을 표했던 새누리당은 ‘강제성 없는 단순 의무조항’이라며 한걸음 물러섰다.
협상 당사자였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1일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가 시행령 수정을 강제할 권한을 갖게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강제성이 없다”고 답했다. 개정안 통과 직후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청와대의 지적에 “어떤 부분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강제성 논란은) ‘의무’와 ‘강제’를 혼동해서 생긴 것”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은) 시정 요구가 있을 경우 처리 ‘의무’와 결과 보고 ‘의무’를 부과했을 뿐,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개정 국회법안은 기존 법안에 있던 의무의 강도를 강화했을 뿐,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 방안 등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강제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문재인 대표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강제력을 부여한다는 것”이라며 “애초 여야 합의 당시 입법 취지는 이행의 강제성을 부여한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법률에 위반되는 행정입법이 어떻게 존속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기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가 강제성을 띤 것으로 받아들였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27일 여야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이 모법을 위반하거나 넘어서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소관 상임위의 의결로 시정·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정부에는) 지체 없이 (국회가 지적한 문제점을) 시정하고 결과를 보고하라는 게 제출된 법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정안 처리 뒤 청와대의 ‘삼권분립 위배’ 주장이 나오자 여당의 기류가 변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강제할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조 수석부대표는 31일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시행령 수정 요구는) 절대적 구속력을 가지는 게 아니라 국회 조치는 시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청와대와 당내 반발로 궁지에 몰린 원내지도부가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기존 법안과 마찬가지로) 개정 국회법에 강제성이 없다면 굳이 여야가 논란을 무릅쓰며 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세영 서보미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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