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맨 왼쪽)이 자신을 향해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청와대와 당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원내대표 자리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동안 고개를 젖힌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김무성 대표(오른쪽 둘째)와 서청원 최고위원도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통령·당 뜻 다를수 없다” 밝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밀어붙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나선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결을 위해 국회로 되돌아올 경우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김 대표가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표 대결’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그는 1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이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그런 말을 한 걸로 생각된다”며 “대통령의 뜻과 당의 뜻이 다를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도 “대통령의 뜻도 존중해야 한다”고 당직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줄곧 자신의 말과 행동이 박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5월6일 공무원연금법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청와대와 친박근혜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이를 정면돌파하지 않고 스스로 물러섰다. 이후 청와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인지했는지 여부를 놓고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와 진실 공방을 벌일 때도 청와대의 편을 들었다. 유 원내대표가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 도입과 법인세 인상 등 청와대가 꺼리는 주제를 공론화했을 때도 비슷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론’을 꺼냈다가 박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하자 “(대통령께) 예의를 지키지 못한 것 같다”며 말을 뒤집은 적도 있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김 대표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의원은 “김 대표는 (앞으로도) 대통령과 싸우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대통령과 맞서는 순간) 당이 갈가리 찢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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