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4시간45분 의총
당 화합 이유 유 사퇴 반대 많아
당 화합 이유 유 사퇴 반대 많아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의 갈등이 바로 터져 나왔지만, 새누리당은 ‘당청 갈등’과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번 논란을 봉합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친박과 비박의 긴장감은 팽팽했다. 친박계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비박계 지도부를 향한 압박에 들어갔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나도 과거 원내총무 시절 노동법 파동 때 책임진 일이 있다”며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사실상 촉구했다. 김현숙 의원과 김태흠 의원도 각각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주도한 유 원내대표의 해명과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비박계 의원들은 ‘유승민 지키기’에 나섰다. 박민식·강석호·김영우·김성태·황영철 의원 등 재선 의원 13명은 이날 정오께 모여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막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임명한 것도 아니고 우리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를 대통령 말 한마디에 내칠 수는 없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은 모두 의원들이 자율 투표를 해서 통과시킨 법”이라고 말하며 유 원내대표를 옹호했다.
친박과 비박이 ‘혈투’를 벌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막상 의총이 시작되자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4시간45분 동안 진행된 의총에서 2시간 반가량이 지날 때까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언급한 의원은 없었다. 이장우 의원이 “유 원내대표가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 협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동조한 이들은 김태흠·김진태 의원 등 소수 ‘극렬’ 친박계 의원들에 그쳤다. 이정현 최고위원과 홍문표 의원 등 간접적으로 사퇴를 언급한 이들을 합쳐도 5명에 불과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물밑에서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은 이날 발언을 하지 않았다.
발언대에 오른 40명의 의원 대다수는 당 화합을 이유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식 의원은 “(대통령) 거부권을 존중하더라도 의원 자유투표로 결정한 일에 특정인의 책임을 묻는 건 당 화합을 해치는 것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권성동 의원도 “대통령 뜻을 존중하되, 지도부 책임을 묻는 건 옳지 않다”며 “대통령도, 유 원내대표도, 두 분 다 중요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이처럼 유 원내대표를 사실상 재신임해 당내 파열음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거부권을 행사한 박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자동 폐기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새누리당 의총이 이렇게 봉합의 형태를 띠는 것은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른 위기감이 의원들 사이에서 본능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의원은 의총에서 “지도부가 대통령을 만나 당청 간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석호 의원도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에게 “대통령과 전화하며 소통하라”고 건의했다.
김경욱 서보미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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