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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전대만이 살길’ 외치다…분열 선택한 안철수

등록 2015-12-13 19:36수정 2015-12-13 21:32

안철수 새정치 탈당
안철수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3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한 직후다. 그는 어느 원로 정치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가 드디어 민주당을 먹었습니다. 지금은 김한길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지만 조만간 단독 대표가 될 겁니다.” 요즘 이 원로는 혀를 차고 있다. “예전에 안철수 신당을 지지한 건 영남을 기반으로 강고하게 구축돼 있는 새누리당의 한쪽을 허물고자 하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안 의원이 거꾸로 야당을 분열시키고 있어요.”

안 의원은 13일 탈당을 선언하며 ‘분열의 책임’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돌렸다. 하지만 객관적 정황과 지표는 안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과 안 의원의 ‘혁신 전당대회’는 워낙 간극이 컸다. 그래도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러가지 타협안을 짜냈다. 가장 의미있는 것은 수도권 의원들이 제안한, 문-안 공동 비대위였다. 두 사람이 사실상의 공동 대표로서 공천권 등 전권을 행사하라는 내용이었다. 중재안에는 수도권 의원 64명 중 40여명이 서명을 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문·안·박의 변형에 불과하다”며 거부했다.

형식은 비슷할지라도 내용은 차이가 있다. 문·안·박은 문 대표가 법적인 대표 권한을 유지한 채 안 의원의 협조를 구하는 거라 안 의원의 염려대로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재안은 안 의원에게 공동 대표로서의 권능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존중하겠다는 수도권 의원들의 ‘충성 서약’이 따라붙어 있다. 문 대표가 설사 꼼수를 쓰더라도 수도권 의원들이 이를 막아주겠다고 집단 보증을 선 셈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안 의원이 의원들을 우군으로 삼아 자신의 혁신안을 밀고 갈 수 있었던 것이다.

혁신위원장도 싫다, 인재영입위원장도 싫다…

문-안 공동대표 체제의 비대위 구성도 거부

2년도 안돼 도로 독자세력화…야권 공멸 위기

안 의원은 전당대회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의 여론 분포를 보면 소수다. 공개적으로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한 의원들은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구당모임’ 소속 19명, 통합행동 소속의 현역 의원 4명, 주승용·유승희 최고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 정도다. 한 언론사가 새정치연합 초·재선 의원 37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해본 결과 ‘혁신 전대’ 요구는 단 2명(5%)뿐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꾸려서 몇달 동안 고민한 끝에 혁신안을 만들었다. 중앙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거쳐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 혁신안이 통과되는 동안 안 의원은 한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 끝난 뒤 “김상곤 혁신안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조직인의 도리와는 거리가 멀다.

안 의원은 문 대표가 내미는 손길을 잡은 적이 별로 없다. 혁신위원장 자리도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도 모두 마다했다. 그렇다고 안 의원이 당 지도부와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인 것도 아니다. 그는 최근 두차례의 민중총궐기대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신당 창당의 세가지 요건으로 돈, 명분, 사람을 꼽는다. 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고작 전당대회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게 탈당 명분이라니, 약하다.

이러니 무엇을 위한 탈당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안철수의 ‘멘토’라고 불리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의 주장이 안 의원의 생각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안 의원의 탈당은 한 교수가 제시한 길로 내딛는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안 의원의 탈당으로 다음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민심이 한풀 꺾일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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