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뿌리 다른 독자파·통합파
당 지지율 지속 하락에 위기감
김종인 통합제안뒤 갈등 수면위
‘수도권 연대’ 여부가 향방 가를듯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오른쪽)와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통합 문제를 둘러싼 국민의당 지도부의 내분은 야권의 정치적 진로와 관련한 당내 세력의 근본적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과거 진보진영에서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던 ‘독자세력화론’과 ‘민주연합론’의 갈등과 형태는 유사하지만, 지도부를 구성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해지면서 상황은 한결 복잡하게 흐르고 있다. ‘호남 경쟁-비호남 연대’ 수준의 타협안으로 극적 봉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철수 대표 중심의 ‘독자파’와 천정배 대표-김한길 위원장이 주도하는 ‘통합파’가 결별 수순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국민의당 안팎에선 나온다.
“개헌저지선을 지키는 게 당의 교섭단체 구성보다 중요하다”는 김한길 의원의 7일 선거대책위 발언으로 시작된 국민의당 ‘2차 내분’은 천정배 공동대표가 적극적인 통합 목소리를 내면서 1차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난 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전격적인 야권통합 제안으로 촉발된 1차 내분은 초반엔 수도권 현역의원 그룹이 주도하는 통합론이 우세한 듯했지만 김종인 대표의 ‘안철수 배제론’이 사실상의 ‘선별 복당론’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수도권 원외 예비후보들과 호남권 현역의원들이 안철수 의원 중심의 독자파에 가담하고, 천정배 공동대표가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 김한길 의원이 주도한 통합론이 빠르게 힘을 잃었다.
하지만 천 대표는 7일 선대위 회의에서 통합·연대에 부정적인 안철수 대표의 완강한 입장을 확인한 뒤 측근들에게 ‘상황이 안 바뀌면 중대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표 쪽에선 탈당 등 정치적 결별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 기류가 읽힌다.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의 ‘결별 불사론’에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개헌가능선인 200석 이상을 확보할 경우 그 책임이 국민의당은 물론, 안철수 대표를 제어하지 못한 자신들에게 오롯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쪽 관계자는 “안 대표의 구상에는 교섭단체를 구성해 제3당의 입지를 굳힌 뒤 이를 발판으로 대선에 도전하려는 생각뿐이다. 새누리당에 개헌선을 내주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인식이 안철수 세력에는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더민주의 현역의원 2차 컷오프 결과가 나오는 9일쯤 통합파의 공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패권정치 청산’이란 김종인 대표의 약속이 컷오프 결과로 입증된다면, 이를 고리로 안철수 대표 쪽에 ‘통합 불가’ 당론 변경을 요구하며 더민주와의 통합·연대를 전방위로 압박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통합을 둘러싼 두 세력의 갈등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갈등은 두 세력의 정치적 뿌리와 세력 기반 자체가 이질적이라는 데서 출발했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독자파가 이념으로는 중도, 세력으로는 ‘반새누리-비더민주’ 성향의 무당파층에 기반했다면, 더민주 탈당파가 주축인 통합파는 정치적 좌표를 중도개혁에 두면서 제1야당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 유권자의 지지에 의존했다. 문재인 체제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비주류 연합체’ 형태로 느슨한 연대를 유지하던 두 세력은 탈당 뒤 정치적 필요에 의해 국민의당으로 모였다. 정치적 뿌리가 취약한 ‘안철수 세력’은 호남이라는 안정적 지역기반이 절실했고, ‘김한길 중심의 탈당파’는 안철수라는 대선후보와 제3정당이라는 명분과 외피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승만 국부 발언 파동’과 ‘이희호씨 대화록 유출’ 등 초반 악재를 겪으며 추락하기 시작한 당 지지율은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급기야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추락하면서 ‘야권 재편’이라는 공통의 기대이익마저 소멸될 위기에 처하자 원심력은 제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게 됐다. 한 수도권 의원은 “파국을 막으려면 안철수 대표가 ‘수도권 연대’까지는 받아줘야 하는데 안 대표의 주변 여건상 쉽지 않다. 암담하다”고 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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