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맨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 둘째)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장에 들어와 발언기회를 요구하는 심상정(맨오른쪽) 정의당 공동대표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총선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수도권 한 원외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야당 텃밭인 지역도 후보 난립으로 갈라지면 질 수 있다. 불리한 지역구라면 속절 없이 패배한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언해온 ‘새누리당 180석 확보’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분열은 패배를, 통합은 승리를 안겨준 60년 야당사에 비춰볼 때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현실화된 야권 분열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 후보난립 불안감 증폭
20년전 ‘1여3야’ 15대 총선때와 흡사
서울지역 직격탄…여당 50% 석권
4·29재보선 야당텃밭 내준 사례도
새누리, 야당분열 반사이익 기대
선거 직전 ‘야권연대 바람’ 경계도
13일 오전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오후 천정배 의원의 신당인 국민회의 창당발기인대회는 불과 4개월을 남겨둔 20대 총선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1987년 대선에서 패배, 1997년의 수평적 정권교체와 2002년의 정권 재창출, 질 수 없다던 2012년의 대선 패배는 분열의 영향이거나 통합의 효과였다. 특히 수백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기도 하는 총선 직전 현재 야권의 분열은 선거 패배와 그에 따른 책임론 등 후폭풍으로 ‘난파선’을 흔들어댔다.
정치권에서는 20년 전인 1996년 4·11 총선(15대)을 현재의 야당 분열상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1992년 대선 패배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6·27 지방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뒤 그해 7월 정계복귀 선언을 한다. 이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은 15개 시도광역단체장 가운데 5개만 건졌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통합민주당(42.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로 참패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탈당한 김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며, 이듬해 4·11 총선이 신한국당 대 국민회의·민주당·자민련의 ‘1여3야’ 구도로 치러지자 상황은 급변한다. 여당인 신한국당이 139석을 얻고, 야권인 국민회의 79석, 민주당 15석, 자민련 50석으로, 결과는 여소야대였지만 실제 성적표는 야권 분열에 의한 패배였다.
총선 승부의 가늠자인 서울지역은 야권 분열의 직격탄이 쏟아지는 곳이다.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46개 의석 가운데 무려 27석(59.7%)을 쓸어담았다. 국민회의는 18석, 통합민주당은 1석을 얻는데 그쳤다.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혼자 거둔 25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결과였다. 당시 종로에서는 국민회의 이종찬(33.6%), 민주당 노무현(17.7%)으로 표가 갈리며 신한국당 이명박(41%)이 당선됐다. 국민회의는 이종찬을 포함해 정대철·조세형·한광옥 등 중진들이 서울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두 야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지역구가 서울에만 24개나 됐다.
반면 분열의 원심력보다 통합의 구심력이 좀더 강하게 작동했던 14·16대 총선, 야권 분열 이후 탄핵 정국으로 표가 결집한 17대 총선에서는 서울지역에서 야권이 넉넉한 차이로 승리했다.
지난 4·29 재보선 패배를 기억하는 새정치연합 수도권지역 의원들의 불안은 현실이 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더 없는 호재 속에 치러진 4·29 재보선에서도 정태호(새정치연합)-정동영(무소속)으로 분열한 야당은 27년 텃밭이던 서울 관악을 지역구를 새누리당 정치신인에게 내줬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기호 3번을 달고 총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3~5% 정도의 표를 갉아먹을 것이다. 그 정도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 의원들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목표로 내세우는 새누리당은 야당 분열의 반사이익을 내심 기대하면서도 선거 직전 불곤 했던 ‘야권 연대’ 바람을 경계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야당이 분열됐다고 해도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에 불리하던 부분들을 만회할 기회가 온 것은 맞다”고 했다. 황진하 당 사무총장은 “야당의 이합집산 과거를 고려할 때 현재의 야당 상황을 어부지리로 생각하고 선거전략을 짤 수는 없다. 밖으로 나타난 것만 가지고 일희일비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영우 대변인은 2012년 대선 직전 단일화를 거론하며 “안 의원과 문 대표가 왜 하필이면 총선을 앞두고 다시 갈등을 노골화하는 것인지, 이런 야권의 행태가 20대 총선을 겨냥한 야권 단일화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남일 서보미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