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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깜짝 영입 이벤트, 감상할 맛 나십니까?

등록 2016-01-15 19:09수정 2016-01-15 22:30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정치팀 이세영입니다. 햇수로 만 4년째 야당을 출입하고 있지만, 좋은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꼽으라면 야권이 신승했던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 정도랄까요? 야당 기자가 누리는 가장 큰 호사가 출입처 지위가 다수당(또는 여당)으로 바뀌는 것이라는데, 지금 야당 상황을 보면 그 행운이 제게도 허락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오늘은 정당판을 달구는 ‘인재 영입’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비주류 의원들의 ‘줄탈당’으로 어수선한 더불어민주당은 외부인사 영입으로 근근이 버텨가는 형국입니다. ‘1호 표창원’부터 ‘11호 유영민’까지 하루이틀 간격으로 영입 인사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만, 평가는 엇갈립니다. 일단은 종래의 ‘운동권 일색’에서 벗어나 영입 분야를 다양화했다는 긍정 평가가 많습니다. 한편으론 인재 육성은 뒷전인 채 성공한 명사들만 데려와 ‘깜짝 이벤트’를 벌이려 한다는 쓴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11차에 걸친 영입 인사들의 면면을 볼까요? 대중들에게 알려진 인물은 ‘방송 스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벤처 신화’의 주인공인 김병관 전 웹젠 회장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전직 외교관, 판사, 관료 등인데, 전체 직종 분포를 보면 학계(2명), 재계(3명), 관계(2명), 군(1명), 법조(2명), 기타전문직(1명)으로 다양합니다. 연령대는 40대가 4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50대(3명)와 60대(3명), 30대(1명) 순서입니다. 분야·세대별 안배에 신경을 썼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출신지입니다. 전체 11명 가운데 호남이 무려 6명입니다. 이반한 호남 민심을 달래려는 고심이 엿보입니다.

이들의 입당은 치열하고 집요한 공들임 끝에 성사된 결과물입니다. 물론 영입이 누구에 의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 주변에서도 ‘철통 보안’을 유지합니다. 공식 라인에선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비공식 라인에선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측근 인사가 뛰고 있으며, 입당 의사가 어느 정도 타진되면 문 대표가 최종적으로 만나 ‘꼭지’를 딴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진 상태입니다. 영입이 극비리에 이뤄지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위안부 할머니 그림 도용 논란으로 자진하차한 김선현 차의과학대 교수(영입 인사 4호)가 그런 경우입니다. 문 대표 비서실에서 ‘스크린’을 한다지만, 범죄 이력이나 언론에 보도된 비위가 아니면 걸러내기가 쉽지 않은 탓입니다.

문 대표가 ‘상품성 있는’ 외부인사를 꾸준히 데려올 수 있는 데는 2012년 대선 출마 경험이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대선 공약과 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당시 분야별로 꾸려놓은 ‘전문가 리스트’가 이번 영입 작업에서도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겁니다. 문 대표 쪽은 10개 안팎의 분야에 걸쳐 1500여명의 예비 접촉자 리스트가 있는데, 앞으로 △사회적 기업 경영자 △청년 기업인 △문화·예술계 △체육계 인사 등을 추가 영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따르는 법입니다. 당 관계자들은 부인하지만, 정치권(그것도 야당)이 명망 있는 외부인사를 데려오려면 적정한 자리 보장이 필수입니다. 군 출신으로 ‘9호 영입 인사’였던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이 14일 입당 회견에서 이 민감한 내용을 누설하고 말았습니다. “고향(전북 정읍)이 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입당 동기를 밝힌 그에게 ‘정읍에 출마할 생각이냐’고 기자들이 묻자 “당과 그 방향으로 정리가 어느 정도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아버린 겁니다. 지켜보던 당직자들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이세영 정치에디터석 정치팀 기자
이세영 정치에디터석 정치팀 기자
최근 여야 각 당의 영입 경쟁에 대한 김윤철 경희대 교수의 지적은 좀더 근본적인 지점을 건드립니다. “국민 대다수의 구체적 삶과 동떨어진 정당정치, 인재 육성 기능이 마비된 정당정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성공 신화’ ‘출세 제일주의’에 기댄 깜짝 영입이 이어지는 것이다. 생활정치 현장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대안을 조직한 경험이 있는 풀뿌리 정치인 등은 왜 눈에 띄지 않는가.” 독자 여러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세영 정치에디터석 정치팀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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