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오른쪽)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만나 정치권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우리가 적입니까, 우리가 북한군입니까. 왜 휴일에 불러서 그런 결정을 갑자기 합니까.”(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우리가 생명줄 연장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게 (대책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12일 국회에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성토와 애원이 교차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과 만나 “공단의 물자 반출을 위해 대북 접촉을 해달라”, “정확한 피해 조사를 해달라”, “정부가 피해보전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무성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충분하고 신속한 추가 조처가 필요하고, 기존 법률과 제도에 한계가 있을 경우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정부·여당은 입주기업들이 요구한 민·관 합동 피해조사위원회 구성과 피해보전·보상 약속에는 난색을 표했다.
정기섭 회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지원이 아니라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일단 피해조사부터 해보자고 했다”면서도 “저희들이 긍정적으로 느낀 것은 정부·여당이 (북한이 공단 가동을 중단시켰던) 2013년과 금년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의 독단적인 공단 폐쇄 결정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입주기업의 ‘입단속’에 유독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애초 예정됐던 입주기업 대표의 공개발언은 갑자기 취소됐다. 김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너무 안 좋은 이야기들은 밖에 안 했으면 좋겠다. (이 상황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조심’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단 기업 대표들은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 3당과의 연쇄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정기섭 회장은 더민주 간담회에서 “조그만 구멍가게를 한두달 영업정지해도 예고 과정이 있고, 당사자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있다”며 “우리가 적이냐, 북한군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이 자산을 동결해서 물자를 못 갖고 나왔다고 하지만 우리가 요구했던 대로 인원과 차량이 들어갔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 그걸 못 하게 한 건 정부 당국”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창근 부회장은 “기업은 신용을 갖고 산다. 우리를 믿어준 바이어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완제품 반출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더민주는 국회 차원의 피해조사위원회 구성, 피해보상과 관련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입주기업을 포함한 범정부대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서보미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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