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사과해라’ ‘못 한다’며 말싸움만 벌였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이 이틀 만인 18일, 아침과 심야 두 차례나 서로 얼굴을 맞댔다. 유승민 의원 낙천을 기정사실화한 친박계, 탈당 도미노를 부른 단수·우선추천지역 결정을 되돌릴 방법이 없는 김 대표가 명분쌓기용 시간끌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또 하루를 허비했다. 37곳의 경선 여론조사 결과를 처리할 예정이던 공천관리위원회도 “김 대표의 사과가 없다”는 친박계 공관위원들의 반발로 일방 취소되는 등 공천 파행은 이날도 계속됐다.
오전 9시와 밤 9시, 두 차례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헛돌기만 했다. 오전 회의에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과거에는 여론조사도 없이 전략공천했다” “공천은 힘겨루기인데 당대표가 너무 이상론만 말한다”며 김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옛날 독재정권에서나 하던 이야기다. 대표직을 걸 수도 있다”고 맞받으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최고위원은 “결론을 안 내면 공관위가 또 파행할지 모르니 표결이라도 해서 결론을 내자고 했는데도 김 대표가 무조건 미뤘다”고 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추인을 보류했던 8곳의 단수·우선추천지역 중 임태희 전 의원(경기 성남분당을) 등 탈당이 이뤄진 지역은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하루가 지났더니 탈당하고 알아서 정리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보류를 선언한 일부 지역이 자연스럽게 해결됐으니 나머지 지역들은 자신의 요구대로 해달라는 취지이지만, 김 대표의 공천 반발을 ‘면피성 뒷북’으로 보는 비박계·유승민계 의원들에겐 김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일 수 있다.
최고위는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를 다시 검토해달라고 공관위에 공을 넘겼지만, 오후에 예정돼 있던 공관위 회의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며 없던 일이 됐다. 한 공관위원은 “외부 공관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회의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청와대 쪽에서 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외부 공관위원들은 전날, 김 대표가 공관위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사과하기 전까지 회의에 불참한다고 밝혔었다.
김 대표 쪽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외부 위원들이 전부 불참한다’며 일방적으로 회의를 취소했다. 이 위원장은 어디 갔는지 연락도 안 된다”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공관위 파행으로 한때 이날 밤 9시 공관위 논의 결과를 두고 다시 열기로 했던 2차 최고위 회의도 없던 일이 됐지만 ‘그래도 당 지도부가 절충점을 찾아보자’며 심야회의가 성사됐다. 하지만 오전과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1시간50분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한편 이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승민 의원이 스스로 결론을 내려주면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당 관계자는 “공천 최종 권한은 공관위에 있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맞느냐”고 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자기 목을 자기가 치라는 건데, 어처구니가 없다.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서로 핑퐁게임을 하며 불출마나 자진 탈당을 압박하는 비열한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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