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이재만·추경호 등
무소속 출마도 못할 위기
무소속 출마도 못할 위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서울 은평을 등 6곳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결정에 대해 ‘의결 거부’를 선언함으로써 공천자와 낙천자의 처지가 하루아침에 뒤바뀌었다. 이 지역에서 단수추천을 받아놓고 느긋했던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자들은 공천장을 못 받게 될 처지가 됐고, 공천에서 배제돼 분루를 삼키며 탈당한 비박근혜계 후보자들은 여당 후보자가 없는 유리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김 대표가 이날 의결 거부를 선언한 곳은 서울 은평을(유재길 단수추천)과 송파을(유영하), 대구의 동갑(정종섭), 동을(이재만), 달성군(추경호) 등 5곳이다. 지난 23일 법원이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대구 수성을(이인선)도 후보를 재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김 대표가 후보등록 마감인 25일까지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했으므로, 모두 6곳이 새누리당 무공천 지역이 된다.
이 6곳은 이재오 의원이 낙천한 은평을 지역을 빼고는 모두 새누리당 텃밭이다. 유영하·정종섭·추경호 후보 등 ‘진박’ 후보들은 경선도 없이 단수추천을 받아놓고 사실상 금배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의결 거부’ 선언으로 한순간에 ‘새누리당 후보’ 간판이 사라짐은 물론, 무소속으로 출마할 기회도 잃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공직선거법상 후보등록 기간(24~25일)에는 당적 이탈·변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승민 논란’에 마음 졸여온 이재만 전 구청장은 24일 아침 공관위가 단수추천을 결정해줬지만, 역시 출마 기회를 봉쇄당했다. 공관위가 단수추천했던 유재길 예비후보(서울 은평을)는 “무공천 선언은 당연히 공천될 것으로 믿어온 나의 피선거권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나머지 진박 후보들은 언론 접촉을 피했다.
반면, ‘공천 학살’에 반발해 지난 23일 이전까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재오(서울 은평을), 유승민(대구 동을), 주호영(대구 수성을), 류성걸(대구 동갑) 의원과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송파을), 구성재 전 조선일보 대구취재본부장(대구 달성)은 새누리당 간판을 단 경쟁자 없이 선거전을 치르게 됐다. 이들 가운데 한 후보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애초 새누리당과 야당 후보가 모두 나오는 3자 구도에서도 자신있었지만, 이제 훨씬 수월해졌다”고 반겼다. 다른 후보자는 “김무성 대표가 계속 밀리더니 막판에 한칼 뽑았다”며 기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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