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친박계 중진 의원들과 회동을 마친 뒤 이동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 중진 의원들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퇴진’을 제안했다. <포커스뉴스> 제공
새누리당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2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퇴진’을 건의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퇴로 모색 움직임이다. 박 대통령이 일정을 제시하며 조기 퇴진 의사를 밝힐 경우 탄핵안 처리와 개헌 논의 등 정국에 큰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 박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야당은 새로운 변수로 ‘탄핵전선’이 흐트러지는 것을 경계하며 탄핵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서청원·정갑윤·최경환·유기준·윤상현·정우택·홍문종·조원진 의원 등 친박 중진 의원 8명은 이날 비공개 오찬 회동을 열어 박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를 채우기보다 스스로 물러나는 ‘명예로운 퇴진’을 제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서청원 의원이 이런 방안을 제안했고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탄핵이 되면 새누리당도 어려워지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로 계속 가는 건 명예스럽지 못하다, 탄핵으로 가지 않기 위한 방법은 대통령이 스스로 일찍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그 자리에서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모두 통화를 했고 대부분 박 대통령의 조기퇴진 건의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허 수석은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퇴진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청원 의원은 회동 뒤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논의했다”며 “그런(질서있는 퇴진) 이야기도 했다. 그 부분에 (참석자들이) 공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친박 중진 의원들은 최근 자주 모임을 하며 탄핵 정국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명예퇴진 건의’는 이날 처음 나왔다고 한다. 친박계는 그동안 박 대통령을 옹호하고 탄핵 저지에 집중해왔으나, 당내 비박계 40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는데다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이 갈수록 거세지자 더이상 버티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전직 국회의장 등 20여명의 원로들이 박 대통령을 향해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하야해야 한다”며 ‘질서있는 퇴진’을 제안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서청원 의원 등의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길이 어떤 것인지 여러 의견을 듣고 있으니 참고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탄핵 동력에 물타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이제까지 그런 제안이 한두번 나온 것도 아니고 박 대통령이 들은 척도 안 했는데, (이런 제안에) 반응하겠나. 서청원 의원의 발언은 탄핵 교란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원로들의 충정어린 충고도, 친박 중진들의 질서있는 퇴진 견해도 대통령은 결단은 없고 이미 실기했다”며 “야3당,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탄핵으로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미 이정애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