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총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앞줄 오른쪽 셋째)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뒷줄 왼쪽 첫째)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주호영·김재경·김무성·심재철·정병국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 비박근혜계가 4일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정하기까지 비박계의 두 축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미묘한 견해차를 보여왔다.
탄핵을 먼저 주장한 이는 김무성 의원이었다. 그는 지난달 13일 비상시국위원회 첫 회의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며 탄핵 깃발을 먼저 들었다. 당시 유승민 의원은 탄핵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된 뒤 유 의원도 탄핵 대열에 동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탄핵 공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하자, 김 의원은 “대통령이 내년 4월에 물러난다면 굳이 탄핵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비박계 안에 김 의원을 따르는 의원 수가 더 많았기 때문에 탄핵은 물건너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유 의원이 나서서 반전을 주도했다. 유 의원은 지난 2일 기자들에게 탄핵에 미온적인 비박계 내부의 기류를 전하면서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밝혀도) 탄핵해야 한다는 제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4일 비상시국위 총회를 앞두고 주말 동안 의원들에게 연락해 “총회에 꼭 참석해 탄핵에 참여하도록 의원들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이날 비상시국위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에서도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 이상 박 대통령 자진 사퇴에 관한 협상은 안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왜 7일까지 기다려서 하루하루 국민들을 화나게 하느냐”며 탄핵 참여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까지 ‘4월 퇴진 및 2선 후퇴’를 선언하라”고 요구하며 야당에도 협상을 촉구하기로 한 비상시국위의 기존 방침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7일까지 기다려 의원들에게 탄핵 참여의 명분을 주는 게 옳다”고 맞섰으나, 이어진 총회에서는 유 의원 등 다수 의원들의 견해를 수용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때는 진정성이 있다고 믿었다가 이후 대구 서문시장 방문 등 (진정성 없는) 행보를 보면서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깨진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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