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유세장 방불케 한 입국장
반 전 총장, 아기 들어안으며 여유
지지자들, 연설 한마디마다 “옳소”
승용차 이용하려다 공항철도로
직접 발권기 표 끊는데 5분 헤매
서울역서 승용차 타고 사당동으로
집 앞엔 나경원 등 150여명 반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서울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에 탑승한 모습. 인천공항/공항사진기자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주변을 가득 에워싼 인파의 환영을 받으며 1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공항에서부터 서울역을 거쳐, 서울 사당동 자택에 이르기까지 움직이는 곳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그를 환대했다.
■ 직접 표 끊어서 공항철도 탑승 반 전 총장의 귀국이 예정된 12일, 도착 예정시각보다 다섯 시간이나 이른 정오께부터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3시가 넘어가면서는 취재진 200여명을 포함한 500~600명의 인파가 입국장으로 몰렸다. 입국장 곳곳에는 그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반 전 총장이 설 연단 뒤에는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세계인이 반기는 인간 반기문의 귀국을 환영합니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충주고 동문회, 대한민국 사회공헌포럼 충남본부, 반딧불이 등의 지지자들도 각기 준비한 손팻말들을 펼쳤다.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는 김숙 전 유엔 대사와 이상일·박진 전 의원, 이도운 대변인 등이 공항에 마중나와 귀국행사를 준비했다.
반 전 총장이 입국심사를 마치고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오후 5시30분께였다. 검은색 정장과 자주색 줄무늬 넥타이를 맨 반 전 총장은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걸어왔고, 역시 검은색 외투와 자주색 목도리를 걸친 아내 유순택씨와 반 전 총장은 지지자들이 준비한 화환을 목에 걸었다. 반 전 총장은 지지자들과 한동안 인사를 주고받은 뒤에 한 아기를 들어안고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단상에 선 반 전 총장은 품 안에서 연설문 원고를 꺼내들었으나, 미리 상당히 준비한 듯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연설을 이어나갔다. 그가 한마디를 마칠 때마다 지지자들은 “옳소!”를 외치며 화답했고, 반 전 총장이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에선 “반기문!”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한동안 이어져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반 전 총장은 “권력의지가 확실하다”, “한 몸 불사를 각오” 등 정치적 수사들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반 전 총장은 연설을 마친 뒤에 직접 공항철도 무인발권기에 표를 끊으려고 했으나, 익숙지 않은 듯 5분여간 헤매다 조력을 얻어 구매했다. 발권한 뒤에는 바로 공항철도에 탑승하지 않고, 공항 주변을 걸어다니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목이 마르다”며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구매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공항철도 안에서도 취재진과 질의응답에 응하는 듯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시민으로 돌아와서 시민들하고 대화를 하고 호흡을 같이 하려면 아무래도 다중이 활용하는 이러한 전철을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사정에 어둡다’는 지적에 “세세한 건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나 정치, 사회 이런 데 관심을 갖고 파악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인천공항을 찾은 여행객들은 반 전 총장 귀국준비팀의 준비 부족으로 일대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귀국 준비팀은 애초 반 전 총장이 빠져나오는 입국장의 출입구를 잘못 알려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우왕좌왕했고, 이로 인해 통행에 불편을 빚기도 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환영식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항사진기자단
■ 사당동 자택 앞 “닭은 새벽을 알린다” 공항철도를 이용해 저녁 7시반께 서울역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200~300명의 환영 인파를 마주했다. 서울역에도 “큰 걸음 했습니다”, “당신을 믿습니다”, “바른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등 반 전 총장을 반기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반 전 총장은 서울역 국군장병라운지나 기념품 판매센터 등도 갈 예정이었으나,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몰려드는 바람에 곧장 승용차로 향했다. 반 전 총장이 서울역사를 빠져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인파들은 “반기문!”을 연호했다. 반 전 총장은 별다른 연설 없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20여분간 머문 뒤에 승용차에 올랐다.
저녁 8시20분께 도착한 서울 사당동 자택 앞에는 이 지역구 정치인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150여명의 인파가 운집해 반 전 총장을 맞았다. 반 전 총장은 “외교부 장관에 임명된 2004년에 사당동을 떠나 13년 만에 돌아왔다. 우리 지역발전과 전체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여러분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지역 주민들을 향해 말했다. 그는 “정유년은 닭띠의 해다. 닭은 새벽을 알린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암시했다. 나경원 의원은 “반 전 총장께서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셨다.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반겼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3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