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대선 후보인 유승민 후보가 3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3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 안에서도 ‘상징’처럼 여겨지는 서문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힘들 때마다 찾아가 ‘기운’을 되찾았던 곳이다. 유 후보는 이날로 연속 사흘째 대구·경북 지역을 파고 들었다. 이 지역에서 여전히 그를 향해 붙어있는 ‘배신자’ 딱지를 떼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이날 서문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박(진짜 친박)들 때문에 무너진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저 유승민이 지키겠다”며 “대구·경북이 보수의 적자, 저 유승민을 화끈하게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유 후보는 이어 4시간 넘게 시장 곳곳을 다니며 상인·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유 후보를 응원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이 숫자로는 훨씬 많았다. “바른 말 하는 유승민 화이팅!”, “할 말 하는 사람에게 왜 배신자라카노. 내시 같이 아부하는 사람이 배신자지” 등의 격려가 나왔다. 하지만, 곳곳에서 유 후보를 향해 “배신자” 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시민은 “국회의원 되려고 사진 찍고, 그걸로 플래카드 걸고 그랬으면 끝까지 함께 해야지. 박근혜 이용해 국회의원 했잖아!”라고 외쳤다. 유 후보는 이 시민의 손을 잡고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상인들은 유 후보와 동행한 바른정당의 김무성·정운천 의원을 향해 물을 퍼붓기도 했다. 크게 젖지는 않았지만, 유 후보에 대한 이곳의 험악한 민심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유승민 서문시장 방문 동영상
기자가 이곳에서 시민들에게 따로 물어보니,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다 돼가고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 왜 그리 탄핵합니까”, “대통령 탄핵으로 대구를 완전히 망신시켜놓고 무슨 염치로 여기 왔습니까”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배신자’ 꼬리를 떼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유 후보는 그럼에도 기자들에게 “대구·경북이 이제 아픈 사건을 딛고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믿고, 한달 남짓 남은 시간이면 대구·경북의 마음을 저 유승민 한 곳으로 충분히 모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선후보가 최근 “대구에서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데 대해서도 “여기와서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그리 말씀하시는 분은 없었다. 홍 후보가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비겁하게 다른 사람 이름 빌리지 말고, 본인 이름으로 하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를 향해 “재판을 앞두고 방탄 출마하는 후보를 우리 대구·경북은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홍 후보는 스스로 사퇴하고,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는 것만이 정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