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동운동할 때 제가 워낙 열정적으로 하니까 다들 ‘우리 심상정 국장님은 슈퍼우먼’이라고 말했어요. 처음에 칭찬이라서 우쭐했지만 결혼하고 애 키우면서 도무지 감당이 안 됐어요. 그때 깨달음이 왔죠. 슈퍼우먼은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을 여성의 능력으로 치환한 것이구나…. 그 뒤부터는 ‘저보고 슈퍼우먼이라고 하지 마세욧!’ 했죠.”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올 초 한 방송의 짤막한 동영상 인터뷰에서 밝힌 에피소드다. 한때 ‘슈퍼우먼’이라는 얘기를 듣기 좋아했던 그가 내놓은 ‘1호 공약’은 이른바 ‘슈퍼우먼방지법’이다. 심 후보는 회사 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집안일도 잘해야 한다는 슈퍼우먼 콤플렉스에서 여성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생애주기별 육아정책 패키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공약은 아이를 낳으면 출산휴가를 120일(현행 90일)간 쓰게 하고, ‘아빠’가 된 남성들에게는 유급휴가를 30일(현행 3일)까지 사용하는 것 등을 담고 있다. 육아휴직의 경우 급여 상한선을 150만원(현행 100만원)으로 확대하고, 휴직 기간을 16개월(현행 12개월)로 늘리도록 했다. 부부가 함께 3개월씩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엄마·아빠 의무할당제’를 도입해 아빠의 육아 참여를 정책적으로 독려하는 것도 눈에 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유치원·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도 제시했다. 회사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당당히’ 사용할 수 있도록 출산휴가 뒤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1년간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게 하고, 육아휴직 사용자에게 승진 누락 등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관련법 개정도 약속했다.
‘슈퍼우먼 금지’와 더불어 심 후보의 정책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청년사회상속제’다. 상속·증여세(2017년 세입 예산 5조4422억원)로 거둔 돈을 20세가 되는 청년에게 1천만원씩 나눠주자는 것이다. 심 후보는 일정 이상액을 상속·증여받은 청년은 환수 조처를 하되, 만 18세가 되면 보육시설에서 나와야 하는 청년들의 경우 자립정착금을 2천만원(현행 300만~5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청년들의 ‘열정’을 헐값에 쥐어짜는 구조를 막기 위한 방법도 제안했다. 심 후보는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의 40%(2017년 기준 54만원)로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한편, 인턴제도를 폐지해 현재 인턴을 노동법 및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기간제 노동자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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