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4244만5604명) 가운데 50대 유권자는 846만8601명으로 19.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이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5분의 1을 넘어선다. 이념 지향이 강한 20~40대와 60대 이상의 사이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후보를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막판까지 선택지를 열어둘 가능성이 높다.
50대라는 세대의 특징은 복합적이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 있던 ‘뜨거운 세대’이면서, 2017년 현재 직장에서 밀려나고 자녀 사교육비, 부모 부양, 노후 준비라는 현실을 맞닥뜨린 세대이기도 하다. 50대 안에서도 분화가 이어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50대를 50~52살, 53~56살, 57~59살 등 초·중·후반대로 나누며 “50대 초반은 ‘민주화 이후’의 세대로 40대와 함께 움직인다. 50대 중반이 과거의 ‘386세대’로 민주화 투쟁의 중심에 서 있던 이들이다. 50대 후반은 안정지향적이긴 하지만 6·25 전후 세대와 같은 보수성을 띠진 않는다”고 짚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며 사회정의와 진보를 갈구하는 동시에, 사회적 경험이 축적돼 안정감·합리적인 것에 대한 요구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결국 정권교체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더 나은 대안’을 찾아 움직이는 유동성이 강한 표심인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맞상대로 끌어올린 이들도 50대였고, 최근 안 후보의 내림세를 견인하는 것도 50대로 해석된다. 한국갤럽의 주간 여론조사를 보면, 각 당의 대선후보가 정해진 4월 첫째주 조사(4~6일)에서 50대는 문재인 후보에게 29%, 안철수 후보에게 48%의 지지를 보냈다. 둘째주 조사(11~13일)에서 50대는 문 후보 29%, 안 후보 51%로 안 후보로 쏠렸다. 민주당 경선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했던 50대 지지층 다수가 안철수 후보 쪽으로 몰렸고, 안 후보는 문 후보를 오차범위 안으로 맹렬히 추격했다. 하지만 4월 셋째주 조사(18~20일)에선 50대는 문 후보에게 30%, 안철수 후보에게 40%를 나눠줬다. 일주일 만에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 22%포인트가 10%포인트 차로 단숨에 좁혀진 것이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다른 선택지를 안철수 후보로 정하지는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안정지향적인 성향, 후보 자체에 대한 판단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며 “이들이 60대 이상의 강경한 보수 노선으로 가진 않겠지만, 끊임없이 그 안에서 합리적 대안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고 짚었다. 일부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쪽으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안철수 후보 지지를 철회한 이들은 여전히 부동층으로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교수는 “50대는 양극단을 싫어하는 세대다. 텔레비전 토론회 등을 거치며 후보를 계속 검증하며 대선 막바지까지 표심을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