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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2008년 오바마 당선에 ‘빅데이터’ 큰몫

등록 2017-04-29 08:59수정 2017-04-29 09:08

소비자 집단 세분해 특화 메시지
맞춤형 상품 판매 전략에서 유래
오바마 쪽, 선거에 적용해 대성공
‘샤이 유권자’ 대처엔 효과 한계
유권자 빅데이터를 활용한 ‘타기팅(맞춤형) 선거운동’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타기팅’은 원래 상품 마케팅 분야에서 발전한 판매 전략이었다. 소비자를 한 덩어리 대중으로 보고 지상파 텔레비전과 신문 광고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던 전통적 방법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여러 집단으로 세분화한 뒤 각각의 집단에 특화된 매체와 메시지로 마케팅을 펼쳐 성과를 거둔 것이다.

선거운동 분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8년 대선이었다. 당시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유권자들의 누적 투표결과, 대규모 전화설문을 통해 확보된 정치성향, 유권자의 연령·인종·성별·소득·주택·교육수준 등 인구학적 데이터를 종합해 점수를 부여한 뒤 우편·전화·방문 선거운동을 통해 홍보·설득·투표독려 활동을 펼쳐나갔다. ‘중도층’이라 하더라도 설득이 가능한 층과 불가능한 층을 분류해 첫번째 집단을 집중공략하고, 상대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지지의 강도가 약한 층을 설득해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거나 자신의 지지층으로 돌려놓는 방식이다. 2012년 대선에서는 더 광범위하고 세밀한 데이터에 기반해 유권자 개개인을 공략해가는 방식으로 진화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이와 유사한 선거운동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74년 민주당 외곽 조직인 ‘효율적 의회를 위한 국가위원회’가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미국 전역 18만개 투표구의 투표행태와 통계청의 인구통계를 종합해 모든 투표구에서 ‘민주당 선호지수’ ‘변동성 지수’ ‘투표참여 점수’를 산출했다. 그리고 셋의 합산 점수에 근거해 캠페인의 시기와 강도, 방식을 차별화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주지를 기준으로 정치성향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워졌고, 유권자 분류와 타기팅의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게 됐다. 오늘날의 개인 맞춤형 캠페인 전략이 등장한 것도 이 맥락이다.

빅데이터 기반 선거운동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내 경선 단계부터 적극 활용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그런 데이터는 믿지 않는다’며 선거광고를 중심으로 한 ‘공중전’에 주력했다. 결과는 공교롭게도 트럼프 후보의 승리.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샤이 트럼프’ 유권자들의 막판 반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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