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40%대 지지율 오차범위 밖 선두
안, 토론 부진·보수잡기 역풍 고전
홍, 갈라치기로 보수층 결집 시켜
전문가 “유권자, 전략적 투표 대신
이번엔 소신투표할 가능성 높아”
안, 토론 부진·보수잡기 역풍 고전
홍, 갈라치기로 보수층 결집 시켜
전문가 “유권자, 전략적 투표 대신
이번엔 소신투표할 가능성 높아”
19대 대통령 선거를 8일 앞두고 대선 판도가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구도에서 ‘문재인 대 안철수·홍준표’의 1강 2중 체제로 급속히 재편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0% 안팎의 고정 지지율을 유지하는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보수 표심의 이동과 함께 2위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에서 안 후보의 내림세와 홍 후보의 오름세는 확연하다. <내일신문>이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지난 29~3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재인 37.3%, 안철수 20.5%, 홍준표 15.8%, 심상정 6.9%, 유승민 4.9% 순서로 조사됐다. <기독교방송>-리얼미터 조사(27~29일) 조사에서도 문재인 42.6%, 안철수 20.9%, 홍준표 16.7%, 심상정 7.6%, 유승민 5.2%로 나온 바 있다. 문 후보가 독보적 우위를 굳힌 가운데, 안 후보와 홍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경쟁하는 형국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불과 2주 전까지 문재인 후보와 선두 경쟁을 벌이던 안철수 후보의 ‘급락’ 원인을 두고, 그동안 대선 결과를 좌우했던 ‘이념’과 ‘지역’의 두가지 축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문재인)와 보수(홍준표) 사이에서, 확고한 지지 기반 없이 중도를 표방했던 안 후보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는 자신의 약점을 뛰어넘기 위해 ‘미래’와 ‘통합’ 등을 주장해왔으나, 프레임 선점에 미숙했고 주요 이슈로 내놓은 4차 산업혁명 등도 국민들이 체감하기엔 모호했다”고 짚었다. 또 보수층 공략을 위해 주요 안보 이슈에서 ‘우향우’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진보·중도층의 ‘집토끼’를 잃었다. 특히 5차례에 걸친 텔레비전 토론회가 지지율 급락의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갤럽이 4월25~27일 실시한 조사에서 안 후보는 텔레비전 토론회 이후 이미지가 전보다 나빠졌다는 답변이 44%로, 주요 후보 5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여론조사 전문가는 “압축적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선 텔레비전 토론회가 후보 선택의 결정적인 기준이 됐다”며 “지난달 23일 3차 토론회 당시 안 후보의 ‘갑철수’, ‘엠비아바타’ 발언 이후 하락세가 확연해졌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바닥민심을 담지 못하고 있다”며 반등을 자신했다.
반면, 홍준표 후보의 급부상은 ‘갈라치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종북좌파’, ‘3% 강성 귀족노조’ 등의 발언을 반복하면서, 대구·경북과 보수층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외교·안보 이슈 역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후보 쪽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 기간(3~9일) 동안,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실버크로스’를 이뤄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홍 후보는 프레임 씌우기에 능하다. ‘막말’과 거칠고 투박한 발언을 일삼지만 끝나고 나면 잔상을 남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자구도가 이어지고 대선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권자들이 ‘될 사람을 밀어준다’는 전략적 투표보다는 ‘내가 원하는 이를 찍겠다’는 소신투표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1일 오후 인천 남구 연남로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유세에 앞서 단상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인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오른쪽)가 1일 오후 전주 전동성당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로부터 씨암탉을 선물 받아 먹고 있다. 홍 후보의 부인 이순삼씨가 전북 부안 출신이다. 전주/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