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앞줄 오른쪽)가 1일 밤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비유승민계 의원들과 긴급 회동을 마친 뒤 웃으며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대통령 후보에게 사실상 후보 사퇴를 요구해온 바른정당의 비유승민계 의원들 10여명이 2일 집단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24일 ‘새로운 보수’를 내걸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창당한 지 석달 남짓 만에 당이 반으로 쪼개지게 됐다.
바른정당 비유승민계 의원 14명은 1일 밤 9시40분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전격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바른정당 의원 32명 가운데 김재경·권성동·김성태·황영철·홍문표·홍일표·김학용·장제원·박성중·여상규·정운천·박순자·이진복·이군현 의원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홍 후보와 이철우 사무총장이 함께했다.
회동에서 홍 후보는 의원들에게 “여러분이 도와주면 좌파에게 정권을 넘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 홍준표는 박근혜 정권 2기가 아니다. 사내답게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무성·정병국·주호영 의원은 유승민 후보를 따로 만나 ‘홍준표-유승민 양자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에 응할 것을 설득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유승민계 의원들은 이같은 결과를 전해 들은 상태에서, 홍 후보가 퇴장한 뒤 비공개로 향후 행보를 논의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왼쪽 둘째)가 1일 밤 후보 단일화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유승민계 의원들은 1시간에 걸친 비공개회의 뒤 기자들에게 “홍 후보가 보수대연합을 위해, 친북좌파 정권을 막기 위해 도와달라고 했다”며 “오늘 모인 의원들 14명이 2일 오전 7시30분에 다시 모여 최종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의에 참석한 이철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오늘 이 자리를 만들고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많은 고민해서 나왔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의원들의 입장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여러분들이 아마 예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다른 의원은 “유승민 후보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정서가 당내에 팽배하다”며 “최소 10여명의 의원들이 탈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밤 모인 14명이 탈당할 경우, 바른정당 의석은 18석으로 줄어,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지위마저 잃게 된다.
앞서 이날 낮 홍문표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의 후보 단일화파 6명은 회동하고, 유 후보가 홍 후보와의 단일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2일 집단 탈당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을 기자들에게 내비쳤다. 홍문표 의원은 애초 이날 혼자 탈당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다른 의원들이 “함께 움직이자”고 만류해 탈당 선언을 보류했다.
유 후보는 집단탈당 움직임에도 독자 완주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버리고 떠나온 그 길을 기웃거린다. 그 길로 다시 돌아가자고도 한다”며 “개혁 보수의 길은 애초부터 힘든 길이었다. 나 유승민은 끝까지 간다!!”라고 적었다. 유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도저히 함께 못 한다’며 불과 석 달 전에 나온 당에 다시 들어가겠다는 게 무슨 짓이냐. 부끄럽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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