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희망토크 - 우리 청년이 멘토다' 행사에서 청년들의 고민이 적힌 팻말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일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의 분당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안철수 후보는 “더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전진하겠다”며 의지를 가다듬으며 ‘거대 양당 기득권세력’을 비판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자칫하다가 2위 수성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안 후보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탈당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국가의 위기나 국민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낡은 이합집산이 재연됐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자유한국당이 다시 살아나고 안철수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진작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 단일화를 하지 그랬냐는 분들도 있다. 문재인을 이기려면 ‘반문’ 후보 단일화하라는 얘기를 과장 않고 그간 1000번은 더 들었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하지만 더 좋은 정권교체를 하겠다던 제가 표를 더 얻기 위해 단일화하는 것은 국민의 뜻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새로 시작하듯이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회귀’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보수표가 몰리면 안 후보가 더 불리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당내에선 기득권 정치에 대한 반감이 안 후보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장병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우리에게 나쁜 상황이 아니다. 수구 양당체제의 강화가 부각되면서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이 안 후보를 더 선택할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이미 밝힌 ‘개혁공동정부’를 기반으로 바른정당 지지자들까지 흡수하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안철수-홍준표 격차가 줄어드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2위 수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 의원은 “바른정당 의원들은 우리 쪽으로 와도 문제될 게 없는데 자유한국당으로 갔다. 이러다 2등 자리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면서 “중도 제3의 길이 역시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유승민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안 후보와 유 후보 모두 완주 의지가 높아 성사 가능성이 낮은 데다 유 후보의 지지율이 낮아 단일화가 될 경우 얼마나 효과가 클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인위적인 단일화까진 가지 않더라도 유 후보가 안 후보의 ‘개혁공동정부’ 구상에 공감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박지원 대표는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직을 맡은 김종인 전 의원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이제 (준비위) 구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제가 만나 본 구여권 인사들도 김 위원장이 접촉을 많이 했더라. 보폭을 좀 넓혀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송경화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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