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연령 인하를 요구하는 중고생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을 자신들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선, 김가을길, 김윤송양.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촛불(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집회) 이후 청소년의 삶과 권리는 그대로예요.”
김윤송(15)양은 ‘2016년 촛불’을 선거권을 가진 비청소년(성인)들이 훼손한 민주주의를 청소년도 함께 광장에서 바로잡은 사건이라 여긴다. 하지만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거쳐 올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청소년은 선거권(투표할 권리)도 없는 예비 시민에 머문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탄핵 촛불 이후 청소년 참정권 확대 목소리가 다시 커졌지만 국회에선 응답이 없다.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투표 나이를 현행 만 19살 이상에서 18살, 청소년이 당사자인 교육감 선거의 경우 16살까지 낮추고, 법률상 성인만 가능한 정당 가입 제한을 폐지하되 정당 자체 규정으로 최소 14살부터 당원을 허용하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 18·16·14’ 요구가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은 ‘투표 나이 18살로 인하’를 공약했다. 이를 위해 4개 정당은 현 20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11건을 냈다. 투표 나이 인하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정당법의 당원 연령 제한 폐지도 공약했다. 이재정(경기도)·조희연(서울시) 교육감들은 교육감 선거 투표 나이를 낮추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을 주장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정치참여 욕구 조사’(2017년 3~4월, 전국 고등학생 1430명 대상)에서도 응답자의 65.9%가 ‘투표 나이 18살로 인하’에 찬성했다. 2015년 같은 조사의 찬성(24.7%)보다 3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겨레>가 정당 청소년지지포럼·청소년예비당원협의체 등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지난해 12월22~27일)에선, 투표 나이를 16살(42%)까지 낮추되 교육감 선거의 경우 14살(50%)까지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였던 윤관석 의원은 2일 “자유한국당만 학교 교육 부작용 등의 이유로 선거연령 인하를 반대한다. 정당 가입 문제, 교육감 선거 나이 인하 논의는 진행도 못했다”고 말했다. 여야는 지난해 활동이 종료된 정치개혁특위와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통합해 6월까지 연장했으나, 투표 나이 인하 등에 대한 여야 합의는 불투명하다.
김상국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정치학)는 “투표 나이를 18살로 바꾸는 것은 하향이 아니라 16~18살부터 투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으로 이제야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연 고려대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청소년은 국민이자 주권자이지만 여전히 유예된 시민”이라며 “청소년들이 개별 법률(공직선거법 등)의 연령 조건으로 인해 (상위법인) 헌법에 보장된 정치 참여권을 제한받고 있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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