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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서울공화국’ 허물기…‘지방분권 국가’ 헌법1조 명문화가 출발점

등록 2018-02-21 22:32수정 2018-02-21 22:44

[새로 쓰는 헌법 2018] ② 지방분권
시민의 권리선언인 헌법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2018년 10차 개헌의 시대정신은 누가 뭐래도 ‘분권’이다. ‘제왕적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엘리트들이 독점한 국가권력을 어떻게 시민에게 돌려줄 것인가. 중앙정부가 틀어쥔 권한을 얼마나 지방정부에 이양할 것인가. 권력분점의 몇 가지 층위 가운데 지방분권은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의 의견이 비교적 갈리지 않는 대목이다. 지난해 19대 대선을 앞두고 5개 원내정당 후보들은 모두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지방분권을 중심으로 여야 간 이견이 없는 합의된 과제들을 모아 개헌한다면 정치적으로 크게 부딪히거나 정쟁화할 이유가 없다”며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을 중심에 둔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분권적 국가질서에 걸맞은 위상을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다” 선언
여야 “전향적 검토” 공감 분위기

자치입법권 확대 필수
‘힘없는 조례’ 지역특성 반영 요구 커
민주 “법률과 충돌 안하면 확대” 당론
한국당은 “법률 손보면 된다” 느슨

재정없는 자치는 헛구호
정부-지자체 누리예산 충돌 등 진통
‘조세법률주의’→‘지방세 조례주의’로
국세-지방세 비율 개편 대안 제시도

지역편중 해소 ‘국회를 양원제로’
지역주민·국민 대표 ‘상·하원 분리안’
여야 모두 “시기상조…공감 어렵다”

■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 명시 지방분권형 개헌의 출발점은 ‘지방분권국가 선언’이다. 1995년 자치단체장 직선시대가 열린 뒤 23년이 지났지만 선출직 단체장들은 여전히 살림을 놓고 중앙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특히 박근혜 정부 당시엔 4년 내내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정책을 놓고 정부 부처의 견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부분의 국민이 읊을 수 있는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1항).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2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취지의 3항을 더해 헌법 총강에 분권적 국가질서의 위상을 분명히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여야도 이런 대의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지방분권의 구체적인 수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정치권의 합의가 모이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개헌특위에 “지방분권 국가를 선언하고, 중앙-지방 정부 간 사무배분 원칙으로서 보충성의 원칙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지방정부에 행정의 권한과 책임을 전적으로 주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사무를 처리할 수 없을 때에만 보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수준을 크게 ‘지방자치강화형’과 ‘광역지방정부’, ‘연방정부’로 나눠볼 때 미국처럼 연방정부에 가까운 강력한 지방분권을 시행하자는 걸로 볼 수 있다. 광역지방정부는 법률에 준하는 조례제정권을 보장받지만 연방정부는 법률제정권을 부여받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방안으로 약속했다.

하지만 연방제에 대해선 국회 개헌특위 내 여당 의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백재현 의원은 회의에서 “연방제를 지향한다는 선언적 내용을 규정하고 적어도 광역정부 형태의 제도를 적극 도입할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강창일 의원은 “연방제 성립의 역사적 배경은 통상 상향식이므로 연방제는 현재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아직은 연방제 수준의 분권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 자치입법권 보장받고, 행정권 찾을까 선언보다 중요한 건 실질적인 권한 이양이다.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위해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의 확대는 필수적이다. 현행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하며”(제40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제117조 1항)고 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에서 고유한 정책을 내놓으려고 해도 법령의 세세한 제약을 받게 된다. 자치단체가 생활 밀착형 조례와 제도를 만들어도 상위 법령에 근거가 없으면 중앙정부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남시는 2015년 조례를 만들어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하려 했지만 정부의 제동에 가로막힌 적이 있다.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경우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사회보장기본법이 정하고 있어서다. 이는 ‘서울특별시’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산하기관 15곳에 ‘근로자 이사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위법성 논란이 일었다. 현행법에 저촉되어서가 아니라 단지 근거 삼을 상위 법령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논란도 불식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이 다른 경우 정부가 야당 지자체장을 옥죄기 위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정책을 발목 잡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헌에서 “자치입법권은 법률과 충돌하지만 않는다면 확대”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했다. 여야 광역단체장의 모임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도 “지방세, 주민복리와 관련된 주택·교육·환경·경찰·소방 등에 관하여 지역 특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자치에 관한 규정으로 법률과 달리 정할 수 있게”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선 전 조건 없는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헌법에는 지방자치제도가 선언이 되어 있고, 관련 법률만 고치면 지방자치제도가 완성이 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실제로 관련 법령에 일일이 권한 이양의 근거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한정지은 지방자치법 22조 역시 몇년간 자치단체장들이 입을 모아 개정을 촉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현행법으로도 지방자치는 가능하다”는 말이 구두선인 이유다.

■ 자치재정권 확보는 재정 없는 자치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서울시나 성남시처럼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들은 독자적인 정책을 내놓고 중앙정부와 다퉈볼 여지가 있지만 살림이 넉넉지 않은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넘긴 국가사무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하다. 정부가 만 3~5살 어린이 누리과정을 확대 시행하며 지자체에 예산 부담을 떠넘긴 2013년 이후 해마다 지자체와 기획재정부가 예산전쟁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밝힌 현행 헌법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를 개정하는 것도 지방분권 개헌의 쟁점이다. 지방세의 세율·세목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는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은 ‘지방’의 오랜 숙원이었다. 여당과 정의당은 이를 개헌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에 더해 정의당은 지역간 조세부담 능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정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재정조정제도’의 근거를 헌법에 명시해 지방의 재정격차 해소를 위한 중앙정부의 책임을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치재정권의 확대 여부와 관련해 지난해 개헌특위에서는 야당 의원들도 의견이 갈렸다. “조세법률주의의 준수가 중요하다”(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거나 “과세 자치권을 부여하기보다 국세-지방세 구조를 6:4 정도로 개편하면 된다”(김동철 당시 국민의당 의원)는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는 개헌 전에 지방분권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 대 3을 거쳐 장기적으로 6 대 4까지 개선한다는 계획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대통령과 17개 시도지사가 중앙-지방 간 역할과 재원을 배분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제2국무회의’ 신설도 약속했다.

■ 국회를 양원제로? 지역의 뜻을 반영할 지역대표형 상원을 선출하는 ‘양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쟁점이다. “상원은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동질성을 갖는 지역의 주민을 대표하고, 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로 선출하자”(개헌특위 자문위)는 것이다. 인구 비례로 국회의원을 뽑으면서 생기는 지역간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야는 모두 양원제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추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고, 정의당도 “국민의 공감대가 낮다”며 현행 헌법을 유지하자는 쪽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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