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선포식‘.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6·13 지방선거 뒤 더불어민주당에선 ‘책임여당’을 외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지난 5일 초선의원 대부분이 모여 집권여당의 길을 논하는 토론회에서도, 11일 여당 내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집담회에서도, 집권여당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의원들의 인식이 모였다. 후반기 국회에서는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을 넘어 여당이 국정 운영의 주요한 축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후반기 국회 2년을 끌어갈 여당의 상임위원 배정 과정을 지켜보니 그러한 기대를 걸어도 괜찮을지 의구심이 든다. 각 당의 원내지도부가 16일 마감을 목표로 소속 의원들의 희망원을 받아 상임위 배정 작업을 진행 중인데, 여당의 경우 환경노동위원회에 오겠다는 의원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노선에 따른 현안이 몰리면서 환노위는 향후 정권의 최대 격전지로 점쳐진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환노위원장직을 가져간 것도 다가올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쪽에 따르면 전반기 국회에서 환노위원장을 맡았던 홍영표 원내대표를 포함한 7명의 환노위원 중 후반기에 유임 의사를 밝힌 이들은 한정애·이용득·송옥주 의원 등 3명이다. 4명이 ‘전출’ 의사를 밝혔지만 ‘전입’ 희망 1순위로 환노위를 꼽은 이는 없다고 한다. 반면 차기 총선이 2년도 남지 않아 ‘표’가 되는 상임위에 정치인들이 몰리는 건 인지상정이다. 도로·철도 사업과 직결돼 있어 대표적인 노른자 상임위로 꼽히는 국토교통위엔 13명 모집에 2배수가 몰렸다. 공단 유치 등 지역 숙원을 해결할 산업통상자원위와 특별교부금을 따낼 교육위도 한결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환노위는 전통적으로 기피 상임위다. 갈등이 많은 노동 현안을 다뤄야 하는데다, 현장을 발 빠르게 다녀야 하지만 빛이 나지 않는 곳이다. 야당 시절엔 대기업이나 정부 공격수로 관심받을 수 있어 은수미·장하나 전 의원 같은 초선의 스타들이 배출됐지만, 여당에선 ‘수비수’를 맡아야 하니 그런 이점도 누리기 어렵게 됐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노동계와 재계의 비판만 받아야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얼마 전 토론회까지 열어 “여당이 하는 일이 없다”고 쓴소리를 한 초선의원들 가운데 치열한 전장인 환노위에 자원한 이가 드물다는 건 씁쓸한 일이다. 상임위는 입법 등 의정활동의 최소 단위다. 상임위가 아니라면 어디에서 ‘책임여당’을 실현하겠다는 것일까.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