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차별 없는 사회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부채를 들어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이런 당이 있어요?”
4년 전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정의당 인사는 “그땐 후보 명함을 드리면 이런 질문부터 돌아와 당을 설명하느라 바빴다”고 떠올렸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시 시민 10명 중 1명 정도만 정의당을 안다는 우울한 조사 결과도 있었다. 당이 살아남기는 할까, 걱정하는 당원도 있었다. 2015년, 한 청년 당원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불안감을 전했다. “당내에 ‘비정규직(을 위한) 정당’이란 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더라. 안 그래도 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름 앞에 비정규직이 붙어 불안해 죽겠다고.”
2012년 창당한 정의당의 지지율이 최근 10~12%까지 오른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6%에 견줘 두 배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을 자신의 뒤로 밀어넣고, 자유한국당을 바짝 따라붙었다.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조사에선 자유한국당과 10%로 똑같았다. 특히 6·13 지방선거 이후 두드러진 상승세를 두고 조사 전문가들은 엇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ㅡ진보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 지난해 대통령선거, 올해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심판했다.
ㅡ심판 국면 해소 후 진보 유권자들이 민주당 지지에서 나와 성향대로 정의당 지지를 보낸다.
ㅡ중도·보수로 지지를 확장한 민주당이 오만하지 않도록, 진보야당에 견제 기대를 보내고 있다.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직전, 영수증 증빙 없이 쓸 수 있는 ‘국회 특별활동비’ 전액 반납을 선언한 것도 당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고 당 관계자들은 말한다. ‘특권을 거부하는 괜찮은 정당’ 이미지를 더 높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 사람들은 지지율 상승에 가려진 ‘좋지 않은 신호’도 읽는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지방선거에서 당당한 여성주의를 내건 녹색당에 여성·생태 이슈 등을 뺏겼다, 민주당·자유한국당을 상대로 한 경쟁력 차이를 재확인했다,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화제를 끌어낸 후보도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 기초·광역의원 선거에 당의 힘을 모으지 못해 정의당 가치를 동네에서 실현할 ‘전진기지’를 더 만들지 못했다.
30~50대보다 20대 지지가 낮은 것도 당에 고민거리를 더한다. 당 관계자는 “젊은 여성 지지를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경기 파주시 월롱면’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는 월롱면에서 전국 평균 득표율(6.1%)을 크게 웃도는 11.2%를 얻었다. 엘지 디스플레이 여성 사원 숙소가 있는 ‘월롱면 5투표소’에선 17.6%를 받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월롱면에서 얻은 정당득표율은 7.2%. 여성·노동 이슈를 적극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고 당 관계자는 평가했다.
그럼에도 당 지지율이 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15%’까지 오를까를 두고선 당 안팎 의견이 다양하다.
ㅡ가능하다. 통합진보당 해산(2014년) 이전 전국 선거마다 진보정당들이 얻은 득표율 총합이 늘 15%에 근접했다. 정의당이 현 흐름을 타면 15% 안팎의 옛 진보블록을 회복할 수 있다.
ㅡ전제가 있다. 여권이 이제 경제 성과 등을 내기 위해 중도·보수, 대기업을 포괄하고 가면서 보수 행보를 드러낸다면, 진보정당 공간이 더 열릴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계속 여론 상식과 어긋나면,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주류로 만들려는 민심이 커질 수도 있다.
ㅡ그런데 더 큰 근본적 전제가 있다. ‘때 덜 묻은 정당’만으론 안 된다. 꼭 필요한 정당임을 정치 일상에서 보여줘야만 지지도가 올라간다. 정당 득표보다 의석을 더 가져가는 불공정한 선거제도를 고치는 데 힘을 쏟는 것과 함께, 공동 교섭단체가 되었으니 꼭 통과시킬 민생·개혁법안을 관철하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 노동·여성·청년을 위한 정의당? 추상적 구호론 안 된다.
정의당 사람들은 지지율 상승을 당 실력 강화로 이어내지 못하면, 2020년 총선에서 ‘노심초사’(노회찬·심상정+비례대표 초선 4명) 가운데 ‘노심’만 다시 남고, ‘초사’만 다른 사람으로 교대하는 수준을 반복할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송호진 정치에디터석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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