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일 오전 국회 본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실상 완패에 가깝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격전’을 지켜본 자유한국당 한 의원이 3일 내놓은 관전평이다. 심 의원은 한국재정정보원의 보안 취약성과 청와대·정부부처의 업무추진비를 거듭 폭로해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 시절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역공’을 받으면서 여론전에서 사실상 패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안에서는 심 의원이 폭로한 업무추진비 내역이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내용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애초 심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고발당하고 전격 압수수색을 당했을 땐 야당 탄압을 강조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하지만 폭로 내용의 수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오히려 김동연 부총리에게 역공당하자 ‘출구전략’까지도 고민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당 지도부조차 심 의원이 보유한 내용을 몰라 대응 방안을 세우기도 어렵다고 한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심 의원의 자료)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해 대응계획이 잘 안 그려진다”며 “내일(4일) 당 지도부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논의해볼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최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기획재정부가 심 의원 고발을 취하하도록 힘써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심 의원의 ‘단독플레이’로 오히려 대정부 투쟁 전선이 흐트러졌다는 원망도 나온다. 애초 당 지도부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을 문재인 정부의 독선으로 규정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심재철 의원 사건’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유 장관 임명을 쟁점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윤영석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어 “김동연 부총리는 청와대 등 정부부처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의뢰했으므로 심재철 의원에게 업무추진비 자료를 반납하라고 했지만 어불성설”이라며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고 확인해야 할 국민의 대표가 바로 국회의원”이라고 밝혔다. ‘야당 탄압’ ‘세금 오용’ 등 기존의 강한 비판보다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나와 “심 의원의 판정패로 게임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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