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겨냥했다.
최근 임 실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주도한 손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임 실장이 (지난달 전방 시찰 중) 선글라스 쓴 것을 변명했다. 문제는 선글라스가 아니다. 비서실장이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 등을 대동하고 비무장지대를 시찰하며 ‘자기 정치’를 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기 정치’ 비판에 “옷깃을 여미는 계기가 되겠다”며 자세를 낮춰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날 손 대표가 또다시 문제 삼았다. 그는 “비서실장이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을 맡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두시라”고 말했다.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표적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임종석 실장이었다.
손 대표의 계속되는 ‘임 실장 공격’에 당내에서 불만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손 대표님은 비서실장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야당 대표는 굵직하게 대통령 실정 비판에 집중해야지, 비서실장까지 신경 쓰면 어쩌냐”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대권 도전까지 나섰던 손 대표가 여전히 ‘민주당 지분’을 신경 쓰느라 제대로 각을 세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손 대표의 ‘무딘’ 행보는 ‘바미스럽다’(이도저도 아닌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지적하는 말)는 비아냥을 자초했다. ‘보수’ 성향의 바른정당과 ‘중도’를 지향했던 국민의당이 결합한 바른미래당에서 ‘통합’을 강조하며 당 대표가 됐지만 정작 구성원들의 ‘화학적 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 의원들은 저마다 자기 목소리 내기에 여념이 없다. 이언주 의원은 ‘원조 보수’ 뺨치는 행보를 하면서 보수층으로부터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뭐하나?”라는 응원까지 받는다. 이에 김수민 의원은 방송에서 “(이 의원 발언에 동의하는 당내 의원은) 극히 소수일 거라 판단하고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상욱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 동참하려던 당 지도부의 방침을 돌려세웠고, 특별재판부 설치 반대 등 주요 현안에서 이언주 의원과 함께 지도부를 비판하는 ‘콤비’로 활약하고 있다. 지 의원이 페이스북에 당의 불분명한 정체성을 비판하며 “우리는 설렁탕 집인가? 짜장면 집일까? 냉면집일까? 국민 질문에 바른미래당은 ‘우리는 그냥 음식점이다’라고 답한다”고 비판하자, 오신환 의원은 페이스북에 “푸트코트엔 원래 설렁탕, 짜장면, 냉면 다 팔아요”라고 맞받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독일로 떠난 뒤 박선숙 등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잠행’을 하며 후일을 도모한다.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 활동을 하는 박주현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은 당 대표의 전유물이 돼서도 안 되고 소속 정당의 자산이 돼선 안 된다”(7일 정치개혁특위)며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 대표가 내세우는 통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앞에서 ‘정치개혁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아주 정치적인 밤' 문화제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함께 할로윈 복장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제공
손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 등을 통해 “개혁보수부터 개혁진보까지 아우를 것”이라고 호언한다. 하지만 정작 당 지도부의 입장조차 의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지난 2016년 10월, 2년여간의 ‘강진 토굴' 생활을 청산하고 정계복귀를 하면서 ‘7공화국 개헌’을 내세웠고, 이후로도 ‘정치개혁’, ‘정계개편’을 자신의 정치 의제로 삼고 있다. 정치를 ‘개혁 대상’으로 보는 그가 정작 현실정치의 리더로서 보여주는 모습은 현실적이지 않다. 소속 의원들이 각자도생하는 상황에서 당 수습을 신경써야 할 대표가 ‘자기 정치'에 바쁘다는 당내 시각도 있다. 각종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각계각층 단체와 간담회를 하면서 부지런하게 일정을 소화한다. 그런 와중에 ‘음주운전’ 실언을 해 사과하기도 했다. 당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상황에서 그의 행보는 ‘바미스럽다’는 말이 어울린다. 혹시 ‘개혁보수부터 개혁진보까지 아우른다’는 명분으로 자신이 ‘큰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당명이 ‘오명’이 되는데도 당대표가 스스로 ‘바미행’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 일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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