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국회 예결소위원장실에서 소위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예결소위 간사들이 회동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일방적 북한 퍼주기 예산 5000억원을 삭감할 방침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이런 선언은 최근 예산 심사 과정에서 ‘현실화’하는 중이다. 지난 25일부터 이어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에서 남북협력사업 관련 예산안 심사는 야당의 반발로 줄줄이 삭감되거나 심사가 보류됐다.
27일 기준 예산소위 상황을 종합하면, 1조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지난 24일 새벽까지 심사 과정에서 진통을 겪다 결국 통일부 전체 예산 심의 ‘전면 보류’로 이어졌다.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의 일부 사업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깜깜이 예산’이라며 전면 삭감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대북 사업의 특성상 지난 정부에서도 남북협력기금의 일부는 ‘비공개 예산’으로 책정돼왔다.
이날 통일부 예산 심의에선 ‘로비설’ 등 근거 없는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통일부가 책정한 ‘통일정책홍보비(3억원)’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6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두고,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위탁사업비를 늘리는 건 위탁사업을 받으려는 사람이 로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맞섰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혈세 심사하는데 외부업체 로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이라고 했다.
한반도국제포럼 예산을 놓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유일하게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틀”이라며 원안 유지를 호소했으나,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포럼 중독이에요? 아까는 통일국민협약포럼? (이번엔) 한반도국제포럼이고, 총금액은 17억7000만원?…”이라며 문제 삼았다. 결국 통일부 예산안은 일정을 따로 잡아 심사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의 ‘남북협력 예산’ 삭감은 통일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24일 국방부 예산안 심사에서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추가로 (예산안에) 들어간 8억6000만원은 남북 공동 유해 발굴 관련 예산이고, 이걸 감액하면 유해 발굴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한국당 반발로 일부 삭감됐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 심사에서도 남북문화교류 사업 예산안을 놓고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자꾸 남북교류, 남북교류… 예산을 조정해주길 바란다”고 했고, 결국 영화, 남북 장애인 스포츠 교류 예산은 소소위로 넘어갔다. 26일 산림청이 대북지원용 양묘장 조성·운영 등 남북산림협력 기반 구축을 위해 올린 75억원 예산안 역시 보류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조정식 간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고,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남북 철도공동조사의 경우 미국과 유엔으로부터 대북제재 예외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장제원 간사는 “1조원의 남북협력기금만 보더라도 절반 이상이 비공개인 깜깜이 예산”이라며 “최소한 심사를 할 수 있게끔 비공개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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