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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나경원 존재감, 협상력이냐 투쟁력이냐

등록 2018-12-17 11:47수정 2018-12-18 16:40

정치BAR_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일주일

나경원 등장 이후 선거제 합의하며 손학규·이정미 단식 중단
당내 현역의원 20% 물갈이에도 큰 동요 없어
취임 초 ‘협상력’ 보여주며 존재감
“문재인 정부와 독하게 싸우겠다” 투쟁력 보일까?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된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된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17일로 일주일째를 맞았다. 지난 11일 나 원내대표 선출 이후 여야 5당이 선거제 개혁 논의의 첫발을 뗐고, 극심한 갈등이 예상됐던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교체 역시 큰 충격 없이 넘어가는 모습이다.

나 원내대표가 주요 현안에서 큰 무리 없이 조율을 해내는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향후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선거제 개편과 두 야당 대표의 단식 중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이 일주일을 넘기는 상황에서 심상정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13일 나 원내대표에게 “두 야당 대표의 단식이 주말을 넘기지 않게 해달라”며 압박했다. 나 대표는 이날 밤 국회 중앙홀에서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 대표를 찾아가 “개헌과 선거구제를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튿날 아침 회의에서는 “개헌을 같이 진행한다면 선거구제 개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할 수도 없던 차에 나 원내대표의 제안은 물꼬가 됐다. 이후 토요일인 15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움직이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전달됐지만 어디까지나 “국회가 합의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한다고 각 당의 생사가 걸린 문제가 정리될 수는 없다. 이날 오후 발표된 여야 5당 합의문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조항과, 한국당의 요구인 ‘선거제 개편과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에 착수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에서 ‘적극 검토하겠다’는 태도로 바꾸면서 손학규·이정미 대표가 단식을 푸는 명분을 제공했다.

당내 인적 쇄신과 후폭풍 수습

당은 당대로 최대 현안인 현역의원 21명의 당협위원장직 ‘해고’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출되자마자 “현역의원의 조직력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며 인적 쇄신에 우려를 나타냈다. 15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의 조강특위가 만든 살생부를 들고 나 원내대표는 담판을 벌였다. 담판 결과를 말하는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의정활동에 따라서 다시 구제할 수도 있다”며 승복했다. 뒷감당은 그의 몫이었지만 발표 이후 후폭풍 ‘충격’은 예상 밖으로 크지 않고, 대체로 ‘관망’하고 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친박·비박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의원은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며 당내 갈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취임 일주일 사이에 나 대표가 보인 행보는 그가 그만의 리더십을 발휘한 것인지, 꽉 막힌 정국이 풀릴 시점에 등장한 행운이 따른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지난 일주일간 나 원내대표가 선보인 건 ‘협상력’이다. 하지만 그가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부와 독하게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을 보면, 투쟁력을 앞세우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은 ‘강한 투쟁력’으로 각인돼 있다. 보수정당사에서 첫 여성 원내 사령탑에 오른 나경원 원내대표가 향후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보여줄 ‘투쟁력’과 ‘협상력’이 정국 흐름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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