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해 모든 정치인과 정당의 말과 행동은 2020년 4·15 국회의원 선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각 정치 주체의 과제를 분석함으로써 2019년 한해 정국을 예측해본다. 정세에 밝은 여야 인사 몇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2019년은 모처럼 선거가 없는 해다.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다. 시간순으로 첫째 과제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될 것 같다. 문재인-김정은-트럼프 세 사람은 ‘협상으로 핵문제를 해결한다’고 합의했다. 호랑이 등에 탄 것이다. 내리면 죽는다. 뒤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한과 미국 내 ‘분단 세력’의 방해는 집요하다.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가려면 김정은-트럼프의 직접 만남이 필요하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국내 정치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새해의 화두는 역시 경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위원 송년 만찬에서 “사람 중심 경제를 완성 단계로 발전시키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새해 과제로 제시했다.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는 올해도 고전이 예상된다. 성과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 특유의 성실하고 낮은 자세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와 경제가 목표라면 ‘대통령 정치’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도개혁이 적폐청산이라고 했다. 대통령제에서 권력의 절반은 국회가 쥐고 있다.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막혀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도 요원하다.
2020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정당이 5분의 3 이상 의석을 차지하면 대통령 임기 안에 개혁 정책을 입법할 수 있다. 촛불 혁명의 완성이다. 그렇다고 야당 탓만 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무능한 정권으로 몰려 선거에서 질 것이다. 딜레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와 정당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정치적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오해는 그가 이념적이라는 것이다. 아니다. 그는 실용적이다. 새해에는 여야 대표, 원내대표들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 같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가동하기 위해서도 대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물밑에서 추진하다가 덮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의 ‘개혁연대’나 ‘소연정’을 다시 추진할지도 관심거리다.
청와대 기류를 좀 아는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에 청와대 ‘정무 라인’에 변화를 주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통령 심부름’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 임무가 추가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람을 바꾼다면 시기는 설 연휴 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변수일 수는 있다.
행정부 개편도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적 카드다. 유은혜 김부겸 도종환 이개호 진선미 김현미 김영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올해 대부분 당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기는 5월, 9월, 12월 등 몇 차례로 나눌 수 있지만, 첫번째 개각 시기는 빨라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9년에 입법 실적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에서, 사법개혁은 국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위원장 박영선)에서 다룬다. 2월 초 설 연휴 직후 소집되는 임시국회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강해서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020년 총선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 심판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해찬 대표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전략적 판단 실패와 여러차례 부적절한 발언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만회해야 한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고생에 비하면 성과가 부진하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5월에 원내대표를 노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제 대통령’ 출마 선언을 방불케 하는 신년사를 내놓았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려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관심이 2월 말∼3월 초 전당대회에 쏠려 있다. 새 대표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의원들과 당의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 오세훈 황교안 정우택 김성태 홍준표 등 후보가 많지만 모두 다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그나마 대안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누가 될까? 아무도 모른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의원이 압승하면서 ‘비박’의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 때문에 먹구름이 더 짙어졌다.
최근 당 지지도 상승에 대한 시각도 엇갈린다. 첫째,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추진 중인 혁신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있다.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지지도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둘째, ‘태극기 부대’ 결집이라는 분석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자라면 이른바 보수의 재탄생이다.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전망은 밝아진다. 후자라면 극우화하는 것이다. 선거 전망은 어두워진다.
후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 관계자는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이 점점 더 극우화하면서 당내 비박 세력과 바른미래당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른바 보수의 재건에는 공식이 있다. ‘선 혁신, 후 통합’이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2000년 총선에서 혁신 공천으로 1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통합에 실패해 정권을 되찾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과거 한나라당에 훨씬 못 미친다. 가장 부족한 것은 절박함이다. ‘반문연대’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내 여론은 싸늘하다. 왜 그럴까? 보수의 가치관을 새로 정립하고 뼈를 깎는 혁신을 한 뒤에 통합과 연대를 추진해야 하는데, 혁신을 피하려 반문연대를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하긴 혁신 없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변수가 될까?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에서 ‘친박’으로 분류하는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자유한국당 의원 몇 사람이나 그 당에 가겠느냐”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훨씬 더 싸늘했다.
바른미래당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연말 이학재 의원만 탈당한 것이 아니다. 신용한 전 충북지사 후보, 이지현 전 선대위 대변인 등 바른미래당의 ‘꿈나무’들이 탈당했다.
2020년 총선이나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적절한 시기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보수야당 정계개편 시나리오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안철수 유승민 손학규 등 차기 대선주자들이 다 바른미래당에 있다는 사실이다. 안철수 유승민 손학규가 통합 보수정당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정동영 대표의 민주평화당은 활로가 잘 안 보인다. 두 흐름이 감지된다. 첫째, 어떻게든 더불어민주당과 손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똘똘 뭉쳐서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뒤에 독자생존이든 연립정부 참여든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정미 대표의 정의당은 새해에도 고난이 예상된다. 정의당 국회의원은 겨우 5명이다. 선거제도를 바꿔내지 못하면 2020년 총선도 어렵다.
정치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기득권 세력은 점점 더 완고해질 것이다. 큰 정당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2019년 정치 전망은 별로 밝지 않다.
성한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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