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 교육위 위원들이 3일 오후 국회에서 한유총 유치원 개학 무기연기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사립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개학 연기 투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한유총의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치원 3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립유치원 문제에 대해 국회의 책임이 크다. 지금 혼란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유치원 3법을 합의 처리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일부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부담금과 국가지원금을 유용해 성인용품과 명품가방을 구매했다는 비리 등을 폭로하며, 사립유치원 회계를 투명화하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유치원 3법’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국가지원금과 학부모부담금의 ‘회계 분리’를 주장하고, 학부모부담금의 교육 목적 외 사용에 대한 형사처벌을 끝까지 반대했다. 국회 교육위에서 합의 처리가 어려워지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12월27일, 교육위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유치원 3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당시 두 당은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에 대한 처벌 수위를 바른미래당 중재안인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낮췄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교육위)에서 180일이 경과된 뒤 법사위로 자동으로 넘어간다. 180일 이전에라도 여야가 심사를 마치면 법사위로 즉각 넘길 수 있지만, 교육위 심사는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 사립유치원의 자금 전용에 대한 형사처벌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한 탓이다. 법 통과가 늦어지자 정부는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원아 200명 이상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회계관리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했고, 한유총은 ‘개학 연기’ 방침으로 맞서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민주당은 ‘유치원 3법’ 처리 기간 단축을 위한 자유한국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월 국회가 열리면 교육위에서 시급하게 이 사안 논의를 종결하고 법사위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교육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과 교육부는 매번 여론몰이만 하며 한국당을 폄훼한다”며 “교육부는 유치원 대란이 해결될 때까지 시행령 시행을 미루라”고 요구했다.
서영지 김미나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