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남 창원 반송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여론조사를 통해 4·3 보궐선거 경남 창원성산구 단일후보로 결정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 지역구의 ‘민주당-정의당’ 단일후보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확정됐다. 여 후보는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와 치열한 2파전을 벌이게 됐다. 완주를 선언한 손석형 민중당 후보의 지지율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단일화에 합의한 권민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여 후보는 25일 보도자료를 내어 “정의당 여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두 후보는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고, 24~25일 창원시 성산구 유권자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여론조사는 두 후보 진영에서 1곳씩 여론조사 전문기관을 선정해, 두 기관이 성산구 유권자 500명씩 모두 1000명에게 전화로 직접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권민호 후보는 이날 결과가 나오자 합의대로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사퇴서를 냈다. 여 후보는 발표 직후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의 단일화는 민주당과 정의당 두 당만의 단일화가 아니다. 사사건건 민생개혁 발목을 잡는 무능한 제1야당,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자유한국당을 반드시 꺾으라는 창원시민들의 마음이 단일화됐다는 뜻”이라며 “당선되면 국회에서 가장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원내교섭단체를 반드시 부활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단일후보가 결정되면서 9일 남은 선거운동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17일 <경남문화방송>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역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율은 자유한국당 강기윤(30.5%), 정의당 여영국(29.0%), 민주당 권민호(17.5%), 민중당 손석형(13.2%), 바른미래당 이재환(3.6%), 대한애국당 진순정(1.5%), 무소속 김종서(0.7%) 후보 차례였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였다.
산술적인 계산과 달리 2위, 3위 후보의 단일화가 곧바로 1위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진보정당 강세를 보이는 지역인 만큼 권 후보 지지자들이 모두 정의당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도 있다. 민중당 손석형 후보는 이번에 창원성산 지역에 세번째 도전을 하는데, 19대 총선에서는 5.51%포인트 차이로 강기윤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한 바 있다. 20대 총선에서는 고 노회찬 후보에게 진보 단일후보 자리를 내줬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경남 지역 2곳의 보궐선거 결과를 대하는 각 당의 태도 차이도 감지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당대표 선출 직후 첫 시험대인 만큼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단일화에 대해 “집권여당이 미니 정당에 후보를 내주고, 자신들은 발을 떼려는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국민의 심판이 두려워 위장 여당을 앞장세우는 유권자 기만이자 2중대 밀어주기”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결과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창원성산이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였고, 통영·고성도 이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이다. 강훈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창원에서 여영국 후보가 당선되고, 통영·고성에서도 한국당이 되면 정국에 미칠 영향은 ‘찻잔 속의 태풍’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통영·고성에서 민주당이 당선되는 등 다른 결과가 나오면 ‘태풍의 핵’이 된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가 아닌데, 황교안 대표가 과도하게 이번 선거에 자기 운명을 거는 이해하기 힘든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은 단일화 결과를 받아들여 창원성산에서도 지원 유세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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