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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자유한국당의 막말은 왜 되풀이되는 걸까요

등록 2019-04-19 19:09수정 2019-04-20 12:13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당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당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16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두고 터진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부천 소사 당협위원장)의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세월호 ‘막말’은 이제는 아픔을 추스르려 애쓰던 이들의 가슴을 새삼 할퀴는 것이었습니다. <한겨레>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밤늦게 이 소식을 전했는데요,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현역 중진인 정진석 의원의 페이스북에 ‘징글징글하다’는 글이 또 올라왔습니다. 야당 출입 기자들은 뒷목을 잡았습니다. “혹시, 엑스(X)맨?” 안녕하세요. <한겨레>에서 자유한국당을 담당하고 있는 정유경 기자입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지지율이 살아난다 싶을 때 ‘막말’이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4·3 제주항쟁, 4·16 세월호 참사,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등이 이어지는 4~5월은 보수정당에는 더욱 조심스러운 시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처럼 지도부가 치밀하게 계산한 ‘정치적 수사’를 던진 게 아니라면, 당 외곽에서 무분별하게 터지는 ‘막말’은 자충수로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지난 2월 말 출범한 황교안 지도부는 1년여 남은 총선을 대비하며 ‘친박’ ‘우경화’ 의혹의 시선을 털어내고, 대안 정당이자 대중 정당으로 중도 확장을 함께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일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에 노란 리본을 달고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한발 나아간’ 이 제스처는 포털 사이트에서 “차명진 대체 누구?” 기사에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한국당 지도부는 미뤄뒀던 이종명·김진태·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 징계에 더해,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의 징계까지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습니다.

당에 꼭 이로울 리 없는데도 왜 ‘막말’이 반복되는 걸까요? 적어도 정치인 개인에게는 ‘노이즈 마케팅’ 효과가 있습니다. 전당대회 직전 김진태 의원이 주최한 5·18 관련 토론회에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 등의 망언을 한 김순례 의원은 얼마 뒤 최고위원으로 당선됐습니다. 김순례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시체 장사”라고 표현한 글을 공유한 뒤 지난 총선에서 비례의원으로 공천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한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보수정권에서도 역사적 결론을 내린 사건”이라며 “속내야 어떻든 굳이 들쑤시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은 당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행동”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분당과 탄핵 과정에서 중도층이 떠난 것도 한국당이 ‘막말’에 취약해진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의원은 “당시 당에 남게 된 정치인들은 소위 ‘극우’라고 하는 편향된 일부 지지세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당의 ‘주인’이 없고, 중진들도 권위가 훼손돼 통제가 불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각자도생이 된 정치판에서 ‘혐오 정치’를 통해 지지기반을 마련한 정치인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필터버블’ 효과, 막말에 환호하는 유튜브 문화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보입니다. 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선거 막판 혹은 거리유세 때 나왔을 법한 자극적인 말이 늘 에스엔에스에 떠돌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안엔 “그동안 많이 당한 것 아니냐”는 ‘억울함’도 내심 쌓여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단이 되어 결국 정권을 내줬고, 당이 배출한 대통령은 탄핵됐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사사건건 적폐몰이’가 지나치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자신감을 얻은 일부 인사들이 세월호, 5·18 망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양상입니다.

제2의 ‘차명진’은 앞으로도 이어질까요? 국회는 벌써 내년에 있을 총선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공천권을 갖고 있는 황 대표를 겨냥한 ‘잘 보이기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차 전 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생각에 흥분한 나머지 감정적인 언어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고 밝혔습니다. ‘황교안 대표’를 앞쪽에 내세운 게 눈에 띕니다. 당 지도부건 성난 민심이건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막말 정치’는 언제든 가속 페달을 밟을 준비가 돼 있는 셈입니다.

정유경 정치팀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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