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의원이 8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돼 축하를 받고 있다.
8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뽑힌 이인영 의원은 당선 직후 “(야당과) 협상을 잘하겠냐고 걱정하시는 거 같은데, 제가 협상하지 않고 의원 128명 전체가 협상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겠다. 의원총회가 협상의 마지막 단계가 될 수 있게 집단사고에 근거해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1987년 6월항쟁 때 이해찬 대표와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에서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며 “우리당이 더 넓은 단결로 강력한 통합을 이루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 운동권 그룹의 대표 주자다. 지난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지낸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서울 구로갑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19·20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야당과 개헌 협상을 이끌었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 86그룹과 고 김근태 의원이 이끌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친문재인 그룹인 ‘부엉이모임’ 등의 폭넓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원내대표 당선에 대해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도부의 외연이 확대돼 당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포괄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 원내대표가 ‘친문’ 그룹 중진이면서 이해찬 대표의 측근인 김태년 의원을 27표라는 넉넉한 격차로 누른 것은, 새 원내대표가 청와대로 쏠린 국정의 무게추를 국회로 가져오면서 당 운영과 총선 공천에서 지도부의 일방주의를 제어하는 역할을 해달라는 다수의 요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당선 확정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내대표는 자신의 당선을 “첫째는 내년 총선에서 꼭 이겨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과 촛불 시민혁명의 완성을 이루자는 것이고, 둘째는 주류·비주류의 벽을 깨고 정권교체 때 문재인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었던 ‘용광로 감성’을 다시 회복해 당의 새로운 통합 질서를 만들어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치·사법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으로 얼어붙은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원내사령탑으로서 그의 앞에 놓인 첫 시험대다. 이와 관련해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내일(9일) 직접 만나뵈려고 한다. 민생 말고 더 좋은 명분으로 정치를 복원할 방법이 없다”며 민생을 고리로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설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당장 자영업·중소기업·청년 등 민생 문제가 시급하다. 민생 해법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어떻게 치유할지 진지하고 예의바르게 해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당내에는 ‘원칙주의자’ ‘강성 운동권 출신’ 이미지가 강한 그가 한국당 등 야당과의 협상을 원만히 풀어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정말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집이 세다는 평가도 불식하겠다. 다시 까칠하거나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부리면 언제든 지적해달라. 바로 고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규남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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