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지난 10일 밤 노환으로 별세한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고인의 영정 옆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
10일 밤 별세한 이희호(사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한반도 평화를 걱정했다. 11일 이희호 이사장의 장례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공개한 유지를 보면, 이 이사장은 “국민들이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저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관련기사 2·3·4·5면
생전 거주하던 서울 동교동 자택을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써 달라고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상금도 고인의 유지에 따라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유언 집행에 대한 책임을 김성재 상임이사에게 맡기며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이사장과 가족들은 지난해부터 유언장 작성을 준비해왔다.
이 이사장은 10일 밤 11시37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타계했다. 향년 97. 김대중평화센터 대변인은 이날 밤 “일부 언론에서 간암 투병을 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암 진단을 받은 적이 없고 고령에 의한 노환으로 끝내 소천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올해 들어 건강이 급속히 나빠졌다. 지난 4월20일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별세했을 때에도 상태가 위중해 주변에선 이 이사장에게 아들의 임종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이 이사장의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수백명 규모로 꾸려질 장례위원회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 권노갑 민주평화당 고문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여야 5당 대표는 고문으로 참여한다. 부위원장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최용준 전 천재교육 회장 등이 맡을 예정이다.
북유럽 3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 이사장 타계 직후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고인의 헌신과 업적에 부응하도록 예우하고 지원해 드릴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순방 중이어서 외국에서 조문 오시는 지도자들을 제가 모셔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이 이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의식을 잃지 않고 가족들이 임종을 지키는 가운데 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오후 4시55분께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병문안을 왔을 땐 잠시 눈을 뜨기도 했다. 권 여사가 “사랑하고 존경한다. 우리가 오래 기억하겠다”고 말한 뒤 “여사님 좋으시겠다, 대통령 곁에 가실 수 있어서”라고 하자 이 이사장이 잠시 눈을 떴다고 한다. 임종이 다가오면서 밤 10시42분 모든 가족이 모여 찬송가 ‘나의 갈 길 다 가도록’을 불렀고, 시편 23편을 낭독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할 때 여사님이 따라 부르는 것같이 입을 깜빡깜빡해 가족들이 굉장히 놀랐다. 평소 여사님이 좋아했던 찬송과 시편이라 기억하고 따라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셨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홍업(전 국회의원)·홍걸(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씨와 며느리 윤혜라·신선련·임미경씨 등이 있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됐다. 12일 오전 11시30분 입관 예배를 한다. 발인은 14일 아침 6시, 장례예배는 아침 7시 고인이 평생 다닌 신촌 창천교회에서 열린다. 고인은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합장된다.
김원철 장나래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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