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입관예배가 이루어지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빈소가 차려진 지 이틀째인 12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재계 주요 인사와 일반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 수행원 없이 빈소를 찾았다. 방명록에 한자로 이름을 적은 이 부회장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의 안내를 받아 조문을 마쳤다. 이 부회장은 전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통해 조문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기자들에게 “삼성 쪽으로부터 조의를 직접 표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시간 조정을 했다. 제 기억으로는 (이희호 이사장이) 이 부회장과 (인연은) 없고, 이건희 회장 재임 시 상당히 많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와 인연이 깊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현 회장은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이희호 이사장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가족들도 빈소를 찾았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는 조문을 마친 뒤 “여사님에게 매년 신년이 되면 인사드리러 갔다. 여성 인권지도자로서 한평생을 헌신하다가 갔는데 너무 애석하다”고 했다.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도 빈소를 찾았다. 이씨는 상주인 김홍업 전 의원에게 인사를 건넸고, 가족들과 함께 빈소를 지키던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응대했다. 이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사코 피했으며, 방명록에 아무런 글도 남기지 않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와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 등도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와 함께 빈소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이희호 여사의 기원대로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오고 남북한이 모처럼 누려온 평화의 길이 흔들림 없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고인에 대한 기억과 인연을 상세하게 술회했다. 장 전 총장은 “여사님의 주장으로 (정부에) 여성부가 생겼다고 믿는다. 여성 인권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해 엄청나게 분노하셨다. 결혼 전에 이미 여성문제연구회를 만드신 선각자였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이화여대 학생이던 1958년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YWCA)연합회 총무로 활동하던 이 이사장을 처음 만났던 당시를 돌이키며 “외국에서 유학하고 온 아주 날씬하고 지성미가 철철 흐르는 분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여사님을 좋아하고 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번은 와이더블유시에이에 갔더니, 이사들이 앉아서 훌쩍거리고 있어 물으니 ‘희호가 시집을 가겠단다’고 했다. 이사들은 너무 아까워했지만 여사님은 ‘나는 그분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분의 큰 꿈을 도와드리고 싶다’고 해 이사들이 더 기가 차 했다”고 회상했다. 장 전 총장은 “여사님은 최근의 미투 운동을 두고도 ‘여성들이 위축될 수 있으니 더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빈소에는 김명수 대법원장, 고건 전 국무총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방송인 김제동·오정해씨 등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영지 장나래 기자
yj@hani.co.kr